에코뮤지엄과 협력적 관광자원개발
에코뮤지엄과 협력적 관광자원개발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6.05.04 00:00
  • 호수 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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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경수 [이장]대표, 공학박사
이제까지 지역 개발을 위해 공장을 유치하고 관광객을 불러들이기 위한 공업 단지와 관광 단지를 조성해 왔습니다.

이미 경제성이 충분하고 매력적인 자원이 있는 곳은 굳이 지자체가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공단과 관광지가 형성되지만, 최근에는 지자체가 나서서 접근성을 높이고 부지를 정리하고 기반을 조성해야 자본의 투자가 일어납니다.

이러한 지역 개발 방식은 대규모 토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생태계를 파괴하고 주변 지역의 난개발을 통해 환경오염을 가중시키고 지역 문화와 전통을 무시하기 쉽습니다.

더욱이 경제적인 효과도 의심스러운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애써서 유치한 공장이나 관광지에서 고용된 인력은 지역민보다 외지 사람이 더 많은 경우도 있고, 지역민을 고용하더라도 높은 직책이 아니라 일용직이나 임시직인 경우가 많습니다.

관광 분야에서 기존의 개발 방식의 대안으로 에코뮤지엄(Eco-Museum) 개념을 활용하자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1971년 프랑스의 바린(De Varine)에 의해 에코(eco)라는 생태의 의미와 박물관(museum)의 합성어로 만들어진 에코뮤지엄은 ‘새로운 박물관학’ 운동의 일부로써 창안되었습니다.

방문객이라는 대중을 위한 건물 내의 수집품으로 특징지어지는 전통적인 박물관과는 달리, 에코뮤지엄은 지역의 공동 유산을 지역 개발에 활용하는 특정 지역의 공동체적 문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박물관과 에코뮤지엄은 건물과 지역, 소장품과 유산, 대중과 지역민 등의 세 가지 면에서 그 차이점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즉, 에코뮤지엄은 특정한 건물 없이 소장품이 아닌 지역의 전통·문화·역사 등의 유산을 지역 주민에 의해서 보존·계승·창조하면서 지역적인 문화적 자부심을 높이는 동시에 지역 발전의 수단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좀더 쉽게 표현한다면 ‘지역 주민과 행정이 협력하여 지역의 생활 문화와 자연 및 사회 환경의 발달 과정을 역사적으로 탐구하고, 자연 및 문화 유산을 현지의 환경과 더불어 보존·육성·전시하여 해당 지역 사회의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현지 보존형 야외 박물관’의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에코뮤지엄을 활용한 사례는 많이 있습니다. 충남 논산 그린투어는 체험농가들이 논산시 농정과 직원의 도움으로 지역의 관광 자원을 묶어 하나의 관광 상품으로 시너지를 내면서 2004년부터 매년 3만 명 이상의 도시 관광객을 유치하는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전남 구례의 지리산 바이오랜드는 지리산 자락의 17개 업체와 30여 개 농가가 연계하여 문화유적 탐방·업체체험 탐방·주말농장·레저스포츠 등의 농촌체험테마 관광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도시인을 유치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안성시는 그린문화관광(Green Culture Tourism)이라 하여 그린투어(농림과), 문화체험(문화공보실), 테마마을(농업기술센터) 등 각 실과소에서 개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관광프로그램을 하나로 묶어, 네트워크화 하는 방법으로 이미 개발된 농촌체험마을의 프로그램과 남사당과 바우덕이 등의 문화축제, 성지와 사찰 등의 종교 시설 등을 연계하는 관광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도시민으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때마침 문화관광부에서는 ‘협력적 관광개발 모델 창출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농어촌 마을을 중심으로 지역 내 다양한 관광 자원을 서로 연결하여 네트워킹함으로써 관광 이용 행태를 점에서 면으로 확대하여 체재 시간을 연장하고 관광 수익의 증대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지역 관광사업의 경험이 있는 민간전문가나 단체가 농어촌 마을을 중심으로 인근의 다른 마을이나 다양한 자원을 네트워킹 하는 관광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자체와 협약을 체결하여 문광부에 공모하면 지역 주민의 교육, 컨설팅, 마케팅, 프로그램 기획 및 개발, 시범사업 운영 등의 사업을 지원하게 됩니다.

에코뮤지엄 개념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이 사업은 기존의 지역 개발사업과 큰 차별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토지 이용이나 건물과 같은 하드웨어 개발이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교육, 마케팅, 기획, 프로그램 개발 등의 소프트웨어가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적은 비용으로 기존에 개발된 자원을 활용하게 되므로 효율이 높고 그만큼 생태계의 훼손과 환경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적습니다.

둘째로 민간 전문가를 중심으로 지자체, 지역 주민 간 협력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협력적 시스템은 지역 개발사업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동시에 사업의 실질적인 효과가 지역 주민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고, 지역 주민의 문화적 자부심을 고양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습니다.

문광부의 협력적 관광개발 모델 창출사업은 시범사업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지원하는 지역도 많지 않고 사업비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시범사업이라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많이 있겠지만 이 사업이 우리 나라에서 꼭 성공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업 모델이 우리 나라의 낙후 지역에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증명해 주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갯벌을 막아서 공업 단지를 만들어야 지역이 발전할 수 있다는 광기 어린 플래카드가 온 거리를 도배하는 모습을 더 이상 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래서 보전적 가치를 가진 갈대밭을 관광자원화한다고 관광 지구 조성사업을 추진하여 토지 규제를 해제하고 외지인에게 땅을 나누어 파는 어리석음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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