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찬이요? 여학생들이 많이 따라 다녔죠”
“근찬이요? 여학생들이 많이 따라 다녔죠”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6.07.06 00:00
  • 호수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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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찬 의원의 친구, 하일성 KBO 사무총장

▲ 지난달 30일, 하일성 한국야구위원회(KBO) 신임 사무총장이 <여의도통신>과 양재동 야구회관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김진석 기자> 우리 정치 보도는 ‘사람’에 인색하다. 국회의원은 툭하면 싸우거나 소리 지르고, 항상 심각하거나 때로는 부패한 사람들로만 비친다. 덕분에 국회의원은 서민에게 너무나 먼 당신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들도 희노애락을 겪는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소중한 친구가 있다. 우정을 핑계로 국회의원에게 정을 붙여보자 류근찬 의원의 ‘친구야’가 누구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홈페이지 ‘내가 본 류근찬’을 클릭하면 낯익은 얼굴이 웃고 있다. 하일성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이다. 그들은 성동고등학교 동창.하 총장에게 류 의원은 “공부도 잘하는 명석한 두뇌를 가졌고, 외국어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친구”, 게다가 “훤칠한 키에 부리부리한 눈, 균형 잡힌 체구를 가진 멋진 친구”다. 언뜻 상상이 가지 않는다.지난달 30일, KBO 사무실에서 하 총장을 만났다. 사무총장 명함이 왠지 낯설다. ‘하일성 해설위원’이 아직은 더 친숙하건만 그는 지난 5월 9일, KBO 사무총장에 선출됐다. 야구 해설 27년, 하 총장에게 일어난 아주 큰 변화다.친구라면 가만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일성 총장은 “임명되자마자, 전화를 받았다. 축하해주더라. 앞으로 고생이 많을 것 같다는 걱정도 빼놓지 않더라”고 말했다. 헌데 “근찬이가, 근찬이가”소리에 귀가 잘 열리지 않는다. 새로운 경험이다. 국회의원을 이렇게 부를 수 있다니. 그야말로 ‘친구’. 헌데 40년 우정의 출발점이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한 사람은 야구에 푹 빠져 있었고, 또 한 사람은 1,2등을 다투는 우등생이었다. 학창 시절의 ‘끼리끼리’ 문화를 떠올리면, 언뜻 그들의 궁합에 물음표가 생긴다.“매일 운동하느라 바쁜 사람이, 공부 잘 하는 친구들과 친했겠어요? 나랑 잘 맞지도 않고요. 그런데 근찬이는 책만 파는 모범생이 아니었어요. 유머 감각도 나랑 맞아떨어지고. 소풍 가면 으레 우리가 애들 앞에 서는 거예요. 둘이 만담도 하고, 어디서 주워들은 음담패설도 하고. 그럼 애들이 그래요. 근찬이랑 내가 하면 재미있다고.”하하, 두 사람이 상상이 가시는가? 문득 학창 시절에 유달리 우리를 웃겨 주던 얼굴들이 떠오른다. 그때가 그립다. 하일성 총장의 회상에도 윤기가 흐르기 시작한다.“그 친구, 공부하면서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것 다 했어요. 걔가 도전 정신 같은 게 있었어요. 팝송도 좋아했고. ‘밤을 잊은 그대에게’같은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에 엽서도 자주 보내고…,놀기도 굉장히 좋아했거든. 같이 미팅 나간 적도 있어요.” ▲ 류근찬 의원의 고등학교 졸업 사진. <사진제공/류근찬 의원실>
■ 아...빵집 미팅?
“그렇죠. 곰보빵 앞에 놓고(웃음). 굉장히 잘 생겼었어요. 그래서 인근 학교 여학생들, 여자애들이 많이 따라 다녔죠. 참~ 언제 공부해서 서울대학교 갔는지 몰라. 스케일도 컸어요. 돈이 없어 수학여행 못 가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럼 자기가 주동해서 돈을 걷어서 경비를 마련해 준다던가. 특이한 애였지.”

이야기를 듣다보니 슬쩍 배가 아파진다. 아무리 친구라지만, 완전히 드라마의 미소년 주인공 아닌가. 짓궂은 질문.

■두 분이 사고 같은 것 친 적 없었어요?
“그런 적은 없었고…그래요, 강화도 갔을 때다. 친구들과 놀러 갔는데, 우리 둘이서만 소주를 나눠 먹었어요. 한 잔인가, 두 잔 마셨나? 그리고 같이 잠이 들어 버린 거야. 지금에야 몰라도, 그때와 요즘은 다르잖아요? 애들이 난리 났죠. 배타고 돌아가야 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우리가 안 보이니까. 허허.”

현재를 함께 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과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은 그보다 훨씬 적다. 나쁜 추억을 나누기는 더욱 힘들다. 그래, 그런가보다. 친구는 좋은 추억이 훨씬 많은 사이. 하일성 총장에게 ‘우정’을 물었다.

“우정이요? 우정은 주는 거지. 내가 심장 수술 받았을 때, 그 친구도 KBS에 있었잖아요. 그냥 왠지 마음이 편해지더라고. 내가 건강을 다시 회복만 하면, 해설을 계속 할 수 있겠구나하는 그런…, 참 마음이 든든해지고. 내가 빨리 일어날 수 있었던 것도 그 친구가 뒤에 버티고 있었기 때문 아니었을까. 항상 고맙게 생각해요. 그 친구에게.”

■그럼 하 총장님이 혹시 친구에게 주지 못해 아쉬운 것은 없나요?
“근찬이가 어려울 때 못 도와줬잖아요. 걔가 선거할 때. 마음속으로야 응원 많이 했지만. 방송국에 있으면서 도와줄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니까. 그래서 항상 마음에 걸려요.”

■끝으로 류 의원에게?
“걔가 살결도 뽀얗고 그랬는데, 까매지고 굉장히 많이 거칠어졌잖아요? 뭐 술 마시고 그러니까. 살도 많이 쪘구. 바쁜 사람이지만, 그래도 운동했으면 좋겠어요. 정치도 건강해야, 육체적으로 자신이 있어야, 정신적으로도 강해지잖아요. 자기 자신에게 시간을 좀 더 많이 썼으면 좋겠어요.”

<여의도통신=이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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