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의 한미FTA저지
서천의 한미FTA저지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6.07.13 00:00
  • 호수 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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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서천시내 주차장가에는 빨강색깔의 버스들이 열대가량 늘어서있다.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도로가에는 서로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 스친다. 의원님들이 나와서 인사를 나눈다. 각 농협조합장님들도, 군수선거에 출마했던 모씨도. 맨 마지막으로 군수님이 한 줄로 늘어선 차량을 훑듯이 지나며 인사를 한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우리가 선택한 서천의 위정자들이 웅크린 날씨도 마다하고 한미FTA 반대 상경투쟁 집결장소까지 나와 주었다는 것만도 참으로 고맙게 느껴진다.
서천은 20여개단체가 한미FTA저지 투쟁단에 참여했다. 500여명의 투쟁단을 실은 버스가 고속도로를 질주하여 서울 시청으로 향하고 있다. 버스안에선 한미FTA협상에 대한 모 방송을 녹화하여 보여주었다.

특히 1994년 미국 캐나다 멕시코(NAFTA) 협상후의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심도 깊은 실상을 파헤친 방송이었다. 나프타 협상이 살길이라던 멕시코 정부의 오류가 여실히 드러났으며, 현재 멕시코는 경제주권이 없는 미국의 속국임을 보여준 사례다. 미국과의 FTA 협상은 곧 속국이 됨을 뜻하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한미FTA 체결 전에 이미 FTA가 이루어지고 있다. 즉 WTO 체제의 시장개방으로 농산물 타격은 농민을 사지에 몰고 있다. 노동시장은 노동의 유연성이란 그럴듯한 경제논리에 비정규직이 60%수준이다.
이미 광우병이 해소도 되지 않았는데 미국은 통상압력으로 소고기 수입을 강제 체결했고, 전기 통신 가스 수도 등 국가기간산업을 시장에 내모는 등 온갖 횡포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서울역 근처에 차량이 세워지고 시청광장까지 손에 손을 잡고 한미FTA라는 몰상식한 것을 몰아내기 위한 결의가 골목길을 누르고 간다.
시청광장은 어느 새 농민·노동자의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깃발의 위세를 강압적으로 누르기라도 할 것 같이 궂은비가 오락가락했다. 또 사방을 전경버스로 온 통로를 차단시키고 병정들이 빼곡히 지키고 있다.

“한미FTA 박살내자”란 구호가 마이크를 타고 시청광장을 쩌렁쩌렁 울리자 모두 따라서 “박살내자”를 연발한다.
전국의 농민·노동자·시민단체들의 소개가 되면 연신 한미FTA는 박살났다. 국민의 손으로 뽑은 선량들이 많이 왔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만 홀로 나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울부짖다 사그라든다.

우리의 지도자는 다 어디로 가고, 무지 랭이 농민·노동자들만 빗속을 헤매고 있는 것인지 가슴이 찢긴다.
한미FTA는 사회 양극화를 대물림 할 것이다. 작금의 세대보다도 다음세대의 고통은 더욱더 가중될 것이다. 마이크를 타고 들리는 목소리들은 절규한다.
“한미FTA 졸속협상은 제2의 을사늑약이다” 라고 외치고 있다.

몇 명이 운집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시청광장을 빼곡히 메운 농민 노동자들의 구호가 절박하게 들려온다. 필자도 그 속에 두 주먹 불끈 쥐고 부들부들 떨면서 소리쳤다.
“한미FTA 박살내자” “미국을 몰아내자”
시위대는 청와대까지 인간 띠 잇기를 시도했으나 닭장차와 병정들의 위세에 눌려 지리멸렬했다.

샛길마다 빠져나가 청와대 쪽으로 행했지만 이미 병정들은 그물망을 쳐놓아 물샐 틈이 없었다. 몇 명의 농민·노동자들은 협상단이 있는 신라 호텔쪽으로 밤샘농성을 위해 향했고, 대부분 무사히 귀향했다. 한미FTA를 박살내자고 다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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