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나무
숲과 나무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6.08.11 00:00
  • 호수 3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양선숙 칼럼위원

진순 씨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여 포도 한 상자 들고 찾아갔습니다. 그녀는 10여 년째 중풍으로 누워있는 남편을 정성껏 수발하고 있는 착한 여자입니다. 힘든 병간호에도 얼굴 하나 찡그리지 않는 그녀를 보면 부끄러울 때가 있습니다. 최근 생활보호 판정을 받고 병원비 걱정이 없어져 한방병원에서 부황, 침도 맞고, 뜸도 뜬다며 기분이 좋던 그녀였습니다.


새벽까지 잠을 못 잤다며 부시시 일어나는 그녀가 나를 보자 속내를 드러냅니다. 외아들 진태가 대학 졸업을 앞두고 제적 처리되었다고 한숨과 함께 눈물을 보입니다. 금지옥엽으로 키운 착한 진태는 목사가 되려고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갔는데 선교단체의 일을 하고 싶어 그 분야로 일을 하느라 학교 수업에 충실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어려운 형편에서 외아들 진태는 기쁨이요, 희망이었던 진순씨의 마음이 무너져 내립니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하고 싶은 일도 잠시 미룰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지만, 젊은 패기가 왕성한 진태는 하고 싶은 일 때문에 현재 해야 할 일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습니다. 목사가 되고 싶은 진태는 다른 방법으로 학교를 졸업해야 한답니다.


진태뿐이겠습니까? 우리는 숲과 나무를 동시에 바라보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하나의 사건을 읽다보면 전체의 흐름을 놓치게 되고, 시야를 넓혀 두리번거리다 보면 세심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일을 소홀히 하게 됩니다. 커다란 숲을 보며 나무를 바라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생각의 깊이가 깊어지고 인생의 경험이 쌓여야 가능하겠지요.


지금 해야 하는 일을 소홀히 한 채 하고 싶은 일에만 정열을 쏟는 것은 본능의 수준입니다. 진정한 프로는 현재 내게 맡겨진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입니다. 또 열정()을 잃어버려 지금에 안주하며 사는 사람도 많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발전이 없고, 세워놓은 목표가 쉽게 손안에 들어오지 않기에 꿈을 포기한 채 살기도 합니다. 우리를 도전케 하는 열정과 현실을 인지하는 이성을 적절히 조화시킬 수만 있다면 밝은 미래를 소망하며 활기차게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서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역발전을 소망하는 군민들의 열정과 후손을 위해 무엇이 더욱 필요한지 신중히 고려해야 할 때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자연 보호와 개발이라는 중대한 과제 앞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습니다. 얼마 전 집중호우로 참혹하게 변한 강원도를 보며 모두들 인재라고 했습니다. 산을 깎고 물길을 인위적으로 틀어놓은 개발의 결과입니다.

서천이라는 커다란 숲을 살리기 위해 진정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심사숙고해야 할 때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