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는 안 놔주나요.
주사는 안 놔주나요.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6.12.01 00:00
  • 호수 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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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

   
▲ 김성기 서해내과병원 소아과장
병원에 다녀와서 주사를 안 맞고 오면 왠지 치료가 잘 안 되는 것 같고, 뭔가 손해를 보는 느낌이 있지 않았나 모르겠다.

특히 연세가 드신 환자나 보호자일수록 주사에 대한 기대가 많아서 ‘왜 주사를 안 놔주나? 주사도 안 맞을 거면 약국가지 뭐 하려고 병원에 오나?’면서 큰소리를 내시는 경우가 있다.

옛날에는 병원가면 주사를 많이 맞았다. 소아과에 가면 양쪽 엉덩이에 한 대씩 맞고 오는 게 당연한 치료였고 또 그래야 병이 낫는다고 믿었다.

한 대보다는 두 대를 맞아야 치료가 더 잘 되는 것 같고, 안 아픈 주사보다는 매우 아픈 주사를 맞아야 병이 잘 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요즘에는 예방접종이 아니라면 굳이 주사를 맞아야 할 일이 없다.

주사가 먹는 약에 비해 좋은 점이라고 하면 작용 시간이 좀 더  빠르다는 것과 위장의 흡수를 필요로 하지 않고 체내에 약을 투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사제의 약효 자체가 먹는 약에 비해 좋은 것은 아니다. 진통해열제를 예를 들자면 너무 심한 고열로 빨리 열을 내려 주어야 할 상황이고 약을 삼키기가 어려운 상태라면 주사제를 쓸 수 있겠지만 그런 일이 아니라면 약을 먹고 조금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구태여 주사를 맞아야 할 이유는 없다.

먹는 약으로는 안 되고 꼭 주사제를 써야 병이 낫는 경우는 특별한 경우 이외에는 없다. 옛날에는 특정 약물은 주사제 형태로만 있었고 먹는 약이 없어서 병의 경중이나 약물 작용 시간을 따질 것 없이 무조건 주사를 맞아야만 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약물에 대한 기술 향상이 이루어져 지금은 거의 모든 약품이 먹는 약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는 먹는 약에서 더 진보해 피부에 붙이는 약, 바르는 약, 흡입하는 약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효과가 뛰어난 많은 종류의 약품이 개발되어 주사를 맞거나 약을 먹지 않고도 치료가 가능하게 되었다.

먹는 약의 경우에도 흡수율이 높아져서 오히려 주사제보다도 더 강력하고 효과가 좋은 약들이 많아졌다.

진료실에서 주사를 처방하는 경우 의사의 판단에 따라 필요한 경우에 쓰지만, 어떤 때는 실제로 환자의 간청으로 주사를 놓게 되는 경우도 있다.

지금은 먹는 약이 좋은 약이 많다. 주사가 먹는 약보다 좋고 ‘쎈 것’이 아니다. 

주사제에 대한 이해가 넓어져 환자들이 진료실을 나가면서 주사가 없음에 섭섭해 하는 모습을 보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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