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꾹아이(2)
뻐꾹아이(2)
  • 뉴스서천
  • 승인 2002.07.25 00:00
  • 호수 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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탯줄은 화장대 아래 서랍장에 있었습니다.
노란 봉투에 넣어져 있었는데 그 속엔 또 투명한 비닐 봉투가 들어있었습니다.
나래는 민정이의 탯줄을 보았습니다.
심하게 넘어졌다가 나아갈 때 무릎에 맺히는 피딱지처럼 보이는 탯줄은 갈색을 띠고 있었습니다.
잔뜩 기대했던 나래는 실망하고 말았습니다.
“이게 다야?”
“꺼내서 만져볼래?”
실망하는 나래를 위해 민정이는 봉투를 열려고 했습니다.
“아, 아니야. 됐어. 다 봤는걸 뭐.”
시계를 보니 벌써 다섯 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나래는 서둘러 민정이네 집에서 나왔습니다.
아무래도 엄마를 속이는게 마음에 걸려서 피아노 학원이 문을 닫기 전에 가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민정이네 집에서 나와 학원으로 가는 나래 눈에 자꾸 그 탯줄이 보였습니다. 왜그런지 자꾸 생각이 났습니다.

“엄마 나도 탯줄 있어?”
저녁을 먹고 텔레비전을 보는데 나래가 엄마에게 불쑥 물었습니다.
“탯줄이라니? 아기들 얘기 하는거니?”
과일을 깎던 엄마가 나래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응, 오늘 민정이네 집에 잠깐, 아주 잠깐 들렀는데 민정이가 자기 탯줄을 보여주지 뭐야, 병원에서 민정이 태어날 때 선물로 줬다면서. 좀 징그럽더라. 엄마는 없어? 내꺼말이야. 어느 병원에서 나 났어? 응? 아팠어?”
“이 녀석아 한가지씩만 물어라.”
엄마는 과일 깎기를 멈추고 나래를 보며 말씀하셨어요.
“엄만 나래 탯줄을 갖고 있지 않아. 아마 민정이네 처럼 탯줄을 아직까지 보관하고 있는 집은 별로 없을거야. 그리고 우리 나래가 세상에 나올 때 엄만 하나도 아프지 않았어. 너처럼 예쁘고 사랑스러운 딸을 얻었는데 아팠겠니?”
“에이, 엄마도 병원에서 탯줄을 받아오지 그랬어. 그건 엄마와 내가 연결됐던 끈이잖아. 아쉽다.”
나래는 엄마에게 서운한 표정을 지어 보입니다.
“아쉽긴 뭘, 우린 지금도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걸. 너 안 보여? 엄마 눈엔 이렇게 보이는데?”
“어디? 어디?”
나래는 눈을 크게 뜨고 자기 몸과 엄마 몸을 번갈아 봅니다.
“자, 잘 봐. 엄마가 줄을 잡아당길 테니. 하나, 둘, 얏!”
엄마는 나래 쪽을 향해 허공에 손을 대고 줄을 잡아당기는 흉내를 냅니다.
“하하하” 그제야 나래는 웃으며 엄마의 자석 품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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