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立冬에 느끼는 것」
「立冬에 느끼는 것」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7.11.09 00:00
  • 호수 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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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서 림
칼럼위원

일전 고향에서 다음과 같은 메일을 받았다.

“오늘 아침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천둥과 함께 한바탕 비가 내렸습니다.

지난 겨울 온난화로 들판에 병해충이 들끓었고, 유난히 잦은 비로 벼가 많이 쓰러져 추수를 못하는 논이 많습니다. 엎친 벼 위에 참 반갑지 않은 비가 또 내리는 것을 보니 맘이 짠합니다. 수확도 줄고 미질도 떨어지고 수확하는 농부네들 얼굴에 기쁨 대신 수심이 가득합니다.」

추수동장(秋收冬藏), 가을이면 수확하여 곡간에 저장하고 입동이면 김장 담가 1년 농사 다 지었다고 흡족하게 웃을 이 시기에 이런 소식을 듣게 되니 안쓰러운 마음에 우울해졌다.

농촌은 이런데 주말이면 전국 도로는 행락 차량으로 메워지고 있다. 그들이 농촌의 사정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 것일까?

“서울 놈 비만 오면 풍년이란다”라는 속담 정도라고나 할까? TV를 봐도 관광과 먹자판의 선전 뿐 쓰러진 벼 포기 하나라도 일으켜 세워 주는 봉사활동 같은 장면을 본 적이 거의 없다. 겨우 인근 군부대 장병들이 도와주고 있다는 화면을 본 기억이 나는데 올해던가? 작년이던가?

적어도 길을 달리다가 차창 밖으로 비바람에 쓰러진 벼들을 보면 미안해 할 줄은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내 차 내가 몰고 다니는데 무슨 상관이랴 하지는 못할 것이다. 유가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자영업자나 운수업자들이 기름 값 올라 장사 못해 먹겠다고 탄식하고 있는지가 이미 오래다.

관광경기를 위축시킨다고 불평할지 모르지만 배기가스로 지구 온난화가 촉진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불평할 일이 아니다. 지구 온난화로 병충해가 심해지고 기상이변이 일어나고 있다지 않는가?

이런 글이 있다.

“누군가 말했지/ 차(車)는 달리기 위한 것이 아니고 /  세워 두기 위한 것이라고/ 피치 못할 먼 길이면 몰라/바쁜 사람 급한 차를 위해 어지간하면 걷자/ 걸으면/ 혈당치 떨어지고/ 혈압 떨어지고/ 고지혈치 떨 어지고/ 체중 떨어지고/ 기름값 떨어지고/ 나라살림 가정살림 적자 줄어들고/ 이산화탄소 배출 줄어들고/  지구 온난화 늦춰져서 /남태평양의 섬나라/ 26㎢ 국토 대부분 / 해발 1~2m 저지대 섬나라 ‘투발루’를 살리고/ 지구를 살린다/나도 살고 너도 살고/ 나라도 살고/ 지구도 살린다니/ 차 세워 두고/ 어지간하면 걷자 우리”

석복(惜福)이라는 말이 있다. 복을 아끼자는 말이다. 사전 뜻풀이를 보면 “검소하게 생활하여 복을 길게 누리게 함”이라 했고, “비용을 아껴 사치를 하지 않음” 이라고 했다.

석복의 뜻이 이것이라면 지금 살림이 넉넉하거든 복을 아끼자. 아껴서 복을 길게 누리자. 그래도 남거든 복울 나누자.

적덕백년(積德百年)이라고 했다. 좋은 일을 베풀면 그 공이 백년토록 오래 간다는 것이다. 우리 개인뿐만 아니라 나라 전체가 복을 아끼면 어떨까? 인색한 선진국들과 달리 우리나라가 가난한 나라들과 복을 나눈다면 그야말로 동방의 빛나는 등불이 아닌 세계의 빛나는 등불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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