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버얼건 동물의 시체
그 버얼건 동물의 시체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8.07.14 00:00
  • 호수 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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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열 칼럼위원

채식주의는 고기를 너무 많이 먹어서 생기는 비만과, 생활습관병(당뇨, 암, 고혈압, 동맥경화, 심장질환)에 시달리는 육식문화권에서 생겼다.

가축을 기를만큼 곡식이 풍부하지 못해 고기가 귀했던 우리나라는 나물류의 채식에 의존해 살았다. 채식주의는 우리 민족에게 사치스러운 말이었다. 고기는 못 먹었어도, 우리 민족이 이만큼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단백질이 풍부한 된장과 밥 덕택이다. 하지만 이젠 사정이 달라졌다.

우리나라도 육류 소비량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성인의 비만율은 32퍼센트에 이른다. 과체중인 사람도 성인의 절반 이상이다. 이제 비만은 그 자체가 개인적, 사회적 질병으로 퇴치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비만과 관련된 사회적 비용을 계산하면 아마도 사교육비를 능가할 것이다. 

세상이 급변하는 것 같지만, 아직도 인간은 600만 년 전 구석기인의 몸을 간직하고 있다. 구석기인의 생활 모습을 상상해 보자.

토끼 한 마리를 잡기 위해 가족 전체가 산과 들로 하루 종일 뛰어다녀야 했을 것이다. 물론 소득 없이 허탕만 치는 날도 있었을 것이다. 야생 곡식이나 풀뿌리, 나무껍질을 채취하려 한다 해도, 온종일 숲 속을 헤매고 다녔을 것이다. 그 시절, 인간들은 그렇게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해야만 겨우 한 끼를 때울 수 있었다. 요즘은 어떠한가. 구석기인의 몸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현대의 인간들은 에너지를 거의 소비하지 않고, 기름진 음식을 매일같이 먹어댄다. 자연히 넘치는 칼로리는 온 몸으로 퍼질 수밖에.

우리 인간이 비만에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유전자를 가진 인류로 진화하려면 10만 년 이상의 세월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물론 그때가 되면 비만은 인간의 정상적인 모습이 될 것이다. 어쩌면 비만도가 높을수록 미인으로 인정받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구석기인의 몸을 가지고 있는 지금으로서는, 구석기인을 흉내 내며 살아야 한다. 많이 걷고, 많이 뛰고, 육류를 줄이고, 채식을 더 많이 해야 한다. 

육식 기피의 문화는 생각보다 그 역사도 길고 기반도 탄탄하다. 육식의 해로움을 일찍이 체득한 서구에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채식주의로 돌아서고 있다. 채식이 몸에 좋다는 건 오래된 상식이다.

나도 이참에 채식주의자나 되어 볼까. 정육점의 쇠갈고리에 걸려 있는 그 버얼건 동물의 시체는 나의 상상력과 코드가 맞지 않는다.

 

   
     나우열 칼럼위원

 * 칼럼은 본지의 논조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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