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호 모시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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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8.08.11 17:34
  • 호수 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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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을 사랑하기에 걸어가자

길산천 여름 캠프에 다녀 왔다. 지역학교 포럼과 청소년지원센터 공동주관으로 계획하고 추진하여 결실을 맺은 교육 프로그램이다.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서천 관내 중등학교가 주축이 되어 학생들의 자원 접수를 받아 2박 3일 동안 서천군의 젓줄인 길산천을 돌아보는 체험이었다. 서천의 기름진 곡창지대를 두루 거쳐 금강하구 기벌포에 다다르는 동안의 각 마을의 특징과 선조들의 애환을 알아보자는 취지이다.

길산천의 발원지인 문산면 은곡리에서 출발을 했다. 남녀 학생들 사십여 명의 안전에 만반의 준비를 하신 선생님들 다섯 분이 폭염에 애를 쓰신다. 주요 마을 앞을 지날 때 마다 팀별로 준비해간 푯말에 마을명과 팀원 이름을 써 넣도록 했다.

하루를 걸어 월기문화원에서 1박을 하고 아침 일찍 서둘러 길산천을 따라 길산 질메다리에 도착하여 무거운 다리를 쉬면서 질메장과 질메다리에 관한 정보를 풀어놨다. 향토 사학자도 아니지만 어릴 적 나도 여길 와 본 이야기며 조선 말 홍예형이 질메다리 옆에서 다리를 건설하는 장인들의 노고를 기리고 후원인들의 이름을 새긴 비석이 지금도 거북이 형상의 돌 밭침 위에 서있는 이야기 등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길산 질메장에 관해 토론했다.

이야기를 하며 느낀 것은 우리 학생들은 그때 삼십리 눈보라 길을 나뭇지게를 지고 새벽같이 우리가 걸어온 냇뚝길(길산천변)을 타고 이 질메장에 와야하는 절박감과 오후에는 언 땅이 녹아 질퍽거리는 길산천변을 칼바람을 안고 올라가야하는 조상님들의 고생담을 실감나게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실감나게 말하지 못하는 자신이 안타깝기만 할 뿐이었다. 겨울 하루 세끼는 우리들에게 과분하기만 했고 두끼 중 한끼는 죽으로 때웠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덥다고 아이스크림만 찾는 학생들을 보면서 허기진 가슴을 메워야만 했다.

나무 두 짐을 지고 가야만 보리쌀 한 말 팔아올 수 있었다는 아버지의 말씀을 옮겨봐야 공허한 이야기로 들릴 것이다. 체육복 바지 아래를 가위로 숭게숭게 구멍을 내어 입은 학생을 보면서 형님 두 분에 옷을 전수(?)받느라 새 옷 한벌 제대로 못 얻어 입고 살았던 우리들과의 마음이 멀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기특함과 우리 문화를 배우려는 초랑초랑한 눈망울들은 앞으로의 서천을 이끌어갈 문화의 지킴이가 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그래라. 부디 서천의 문화와 역사를 누구한테든 필요로 하는 곳에 한두 가지라도 말하여 전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거라.

우리는 어렵게 살아오며 지켜온 선인들의 서천 사랑을 지켜나갈 의무가 있다. 이런 애향 캠프는 작금에 꼭 필요한 체험 행사인 것이며 두고두고 이어져 가야할 것들인 것 같다.

 

최명규 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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