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와 아버지
축구와 아버지
  • 편집국 기자
  • 승인 2010.07.05 13:32
  • 호수 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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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식 칼럼위원
남아공 월드컵 축구열기가 뜨겁다. 주변이 모두 붉은 색 일색이며 환호와 탄성이 집집마다 일치한다. 그래도 이번 19회에서는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16강까지 합류하는 쾌거를 이루어 남다른 의미도 있어 보인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대형 이벤트를 맞이하여 작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바로 적극성 여부(與否)다. 바로 8년 전까지만 해도 들뜬 분위기에 거리응원이니 붉은 악마니 하며 요란스러웠던 것 같은데 점차 4년 주기로 시들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때마침 주위 권유에 의해 최근 ‘아버지 학교’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그런지 왠지 모를 무게감도 몰려온다. 특히 “인생 후반전에 접어들어 새로운 자아상으로써 역전(逆戰)해 보자!”라는 표현이 더욱 더 그러했다. 아무튼 예전과는 달리 차분한 응원태도로의 변화가 있었다.

이러한 심정을 직장동료들에게 말해보니 자기 자신도 비슷하다며 한국경기가 아니면 아예 관심도 없다고 토로하기도 하였다. 즉, 남들이 다들 보니깐 본다는 식이다. 원래 스포츠엔 관심 없었기에 그러하다고 살짝 돌려 말하기엔 왠지 많이 어색해지는 지금이다.

그러고 보니 축구와 아버지가 꽤 많은 공통점이 있어 보인다. 축구감독의 리더십, 작전과 전술운영, 선수들의 기초체력관리, 협동과 단결, 국제경험 또는 자신감 등등이 가정을 꾸려가야 할 요소와도 일치해 보인다.

가정을 이끌어감에 있어 아버지의 역할과 위상, 집안 안팎의 크고 작은 일들, 아내와 자녀를 향한 사랑과 관심, 행복한 가정유지, 경제적인 안정감과 신체적․육체적인 건강 등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공만 쫓아 다니며 골 맛을 모르는 어리석은 축구선수처럼 혹여 열심히 살아간다는 핑계로 가정행복은 뒤로 하고 오늘도 일과 돈을 빌미삼고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다. 빈 공간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공격이나 미리 길목을 기다리는 지혜로운 수비같이 가정을 가장 우선시하는 경영전략이 필요한데 말이다.

축구에선 골을 넣지 못하면 진다. 아버지도 마찬가지로 가정을 지켜내지 못하면 가장 자격이 없어진다. 그래서인지 수신제가(修身齊家) 후에 치국(治國)평천하(平天下)라고 그랬던가? 아무튼 승리 없는 축구경기의 끝이 씁쓸하듯 가정 없는 아버지의 모습이란 상상이 힘들어진다.

축구경기가 지니는 영향력만큼이나 아버지가 지니는 영향력도 매우 커 보인다. 매번 월드컵 때마다 국민들에게 안겨 주는 설렘과 흥분만큼이나 아내와 자녀들에 대한 아버지의 역할 역시도 한 인생의 희로애락을 좌우하기도 한다. 아니 대물림도 가능해진다.

그래서 생각해본다. 내 아들의 아빠, 그리고 내 자신의 아버지, 또한 그 분의 아버님은 과연 어떠했을까? 과연 서로가 서로에게 충분한 사랑과 칭찬을 주고받으면서 넉넉한 자기표현은 해 보았을까? 그놈의 체면을 앞세워 이중인격이라는 평가는 받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행복한 가정에는 대화가 많다는데 그리고 그 옆엔 지혜로운 조력자도 많다는데 과연 지금의 내 입장은 어떠한가? 마치 월드컵과 같은 국제무대에 처녀 출전한 팀처럼 의욕만 불태우고 있는 모습은 아닐는지?

오늘은 아버님께 편지를 써 보아야겠다. 비록 30여년 만에 다시 써본다는 쑥스러움도 있긴 하지만 그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말들을 해보아야겠다. 그래야 나의 자녀도 나에게 쉽게 표현해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다. 좋지 못한 것은 이번에 완전히 끊어 내고 좋은 모습만 대물림하고 싶다.

이것이 이번 월드컵이 나에게 가져다주었던 하나의 작은 덤이었다. 게다가 또 하나의 4년이 다가 오기 전에 빨리 준비해야 하는 깨달음이기도 하였다. 앗~! 그런데 민선 5기의 양상도 참으로 비슷해 보인다. 살짝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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