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시민의 과거사 청산
한·일 시민의 과거사 청산
  • 편집국 기자
  • 승인 2010.07.19 11:19
  • 호수 5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 승 국 칼럼위원

▲ 김 승 국 칼럼위원

올해는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로 삼은지 1백년이 되는 해이다.

이러한 한-일 100년을 맞이하여 지난 6월 26일에 일본 규슈 지역의 이이즈카(飯塚)시에서「규슈 지쿠호(筑豊)지역 강제동원자 증언집회」가 열렸는데, 이 집회에서 필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한·일 양국이 해야 할 일이 많은데, 과거사에 얽매어 할 일을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국가가 공식적인 사죄를 하지 않아, 한·일 양국의 역사발전이 늦어지고 있어요. 일본이라는 국가가 과거에 저지른 잘못(침략 전쟁, 식민지 수탈, 종군 위안부, 강제연행, 강제노동 등)을 국제법적으로 인정하고,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손잡고 나아가자고 제안해야하는데 이를 실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메이지 유신 이후 1945 년의 패전까지의 식민지 지배에 책임이 있는 천황은 공식적인 사죄를 기피하고 있습니다. 천황제는 야스쿠니 신사를 통한 군국주의 잔재를 온존시키고 있어요. 미·일 동맹 아래에서 군비를 확장하고 있는 자위대는, 일본 군사대국화의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이러한 자위대가 천황제의 군국주의 잔재를 답습하는 쪽으로 나아갈지 모른다는 우려가 큽니다.


일본이 진정으로 과거사를 사죄한다면, 평화헌법 제 9 조를 충실하게 지키는 뜻에서 자위대를 해체하고 미·일 동맹을 청산해야합니다.

헌법상의 불법집단인 자위대의 군비확장이 주일미군과 일체화(一體化)되는 경향은, 동아시아의 평화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통일에도 역행하는 것입니다.

일본 제국주의가 1910~45 년에 식민지 통치를 한 후유증으로 한반도가 분단되었다고 볼 수 있지요. 한반도 분단의 간접적인 책임이 있는 일본의 진정한 과거사 청산은, 한반도 분단해소-통일에 도움을 주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 평화헌법을 충실히 지키면서 ‘전쟁이 가능한 자위대-미일 동맹 체제’를 해체시켜야합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 일본이라는 국가에 이를 기대할 수 없는 슬픈 현실이 가로놓여 있습니다.

일본이라는 국가에 기대할 수 없다면, 일본의 시민들이라도 나서서 한국의 시민들과 손잡고 민간차원의 사죄, 사죄에 이은 한·일 양국의 미래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그려야하지 않을까요?

본래 국가는 평화를 위해 할 일이 없고 전쟁 지향적인 집단이므로, 국가에만 매달리지 말고 시민 스스로 평화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국가가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러한 뜻에서 일본 시민들의 분발을 요구합니다.

일본 시민들이 분발한 결과가 한·일간 평화관계 증진·한반도 분단 해소·동아시아 평화체제 구축에 이르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일본 시민들은 의미 있는 일을 하기 위해 과거사(일본 제국주의의 조선 식민지 지배)에 관한 기억을 전승하고 재해석한 뒤, 한국 시민들과 공유하면서 평화로운 미래의 그림을 그려야합니다. 한국·일본의 시민들이 평화로운 미래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 다음과 같은 활동 제안합니다.

첫째, 민(民)이 평화의 주체가 되기 위한 교류를 합시다! 세 가지의 民 즉 국민의 民, 시민의 民, 지역주민의 民끼리 교류합시다! 국민 차원의 한일간 교류, 한·일 시민사회간의 교류, 한·일 지역주민들간 교류의 3 박자를 갖추는 교류 체계를 만듭시다!

둘째, 전쟁의 그림자가 어른거리지 않는 한·일간의 평화공존 시스템을 구축합시다! 이를 위해 시민사회가 공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합시다!

셋째, 군사에 의존하지 않은 평화지향적인 사회 시스템을 시민 스스로 만듭시다! 이를 위해 지역 차원의 평화 만들기 운동을 전개합시다!

지금까지 국민·시민의 이름으로 한·일의 민간교류가 있었기 때문에, 지역주민 차원의 교류를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이이즈카(飯塚)·지쿠호(筑豊) 지역의 주민들이 한국의 지역주민들과 어떻게 교류하면서 평화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아갈 것인가? 이것이 우리들의 숙제입니다. 이 숙제를 풀기 위해 이이즈카·지쿠호 지역의 주민들이 한국의 지역주민들과 자주 만나야합니다. 그러면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무슨 행동을 할 것인가?

이이즈카·지쿠호 지역의 주민과 한국의 지역주민들 사이의 과거사 청산을 위한 화두(話頭)는, 조선인의 탄광 노동입니다.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 백성이었던 조선인이 이이즈카·지쿠호에 강제로 끌려와 지하 갱구에서 노동착취를 당한 이야기이지요. 이 이야기를 서로 나누면서 일본 제국주의와 같은 강압적인 지배체제가 民의 노동을 착취하면서 침략전쟁을 확대한 사실을 확인해야합니다.

이이즈카·지쿠호의 지하 갱구에서 조선인 노동자들이 캐낸 석탄 한 덩어리가 하나의 총알이 되어 조선 민중의 가슴을 겨눴다는 사실을 다시금 새기면서, 지역주민들의 평화로운 삶을 파괴하는 전쟁 구조(전쟁이 가능한 일본의 군사 시스템, 남북한의 군사적인 대결 분위기)를 청산하는 방안을 찾아봅시다!

이이즈카·지쿠호에서 확인된 교류의 힘이 규슈 지역 전체로 확산되는 길을 찾아봅시다! 후쿠오카에서 살고 있는 일본인 친구가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형제이다. 당신들 조선인의 선조가 고대에 이곳 규슈에 와서 도래인(渡來人)이 되었지 않은가? 이 도래인의 후예가 일본이라는 근대국가를 만들었다. 나는 그 도래인의 후손이므로 당신과 나는 형제이다. 우리는 형제이므로 국경을 넘어 친구가 되자! 한·일간의 평화를 만드는 친구가 되자!”

후쿠오카의 친구와 내가 한·일간의 평화를 만드는 동반자가 된 것처럼, 이이즈카·지쿠호 지역의 주민들과 내가 친구가 되는 일을 지금부터 시작합시다! 국경을 넘어 이이즈카·지쿠호 지역주민과 한국의 지역주민들이 친구되는 연습을 이 자리에서부터 시작합시다! 한·일 지역간의 평화, 한반도의 통일,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 필자는 한일 100년 평화시민네트워크 운영위원, 평화헌법시민연대(한국 9조의 회) 운영위원이며 위의 글은, 2010년 6월 26일에 일본 규슈 지역 이이즈카(飯塚)시의 다치이와(立岩)공민관에서 {한일100년 평화시민 네트워크, NPO법인국제교류광장무궁화당우호친선회가 주최한 [주제; 규슈 지쿠호(筑豊)지역 강제동원자 증언집회]에서 필자가 증언한 내용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