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노인복지시스템 무엇이 문제인가?
■기획 / 노인복지시스템 무엇이 문제인가?
  • 고종만 기자
  • 승인 2012.02.07 16:38
  • 호수 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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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요양기관 허가제 전환, 난립 막아야

▲ 마서면 송내리 소재 금매복지원(기사내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차등 수가제 도입·인력배치 기준 강화 목소리
노령인구 증가에 따른 수혜범위 확대 요구

‘자식이 못하는 효도를 국가가 대신하게 될 것’이라며 지난 2008년 7월 도입된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도입 4년째를 맞이했다. 당국은 장기요양보험이 안정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낙관하고 있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요양기관 난립에 따른 갖가지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제도개선 목소리가 높다. 요양기관 운영 실태를 점검한 뒤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말>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말 그대로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들에게 자식 대신 정부가 요양서비스를 대신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건강보험처럼 일정 금액의 보험료를 납부하면 뇌졸중이나 치매 등 각종 질병이나 각종 장애로 일상생활을 혼자 수행하기 어려운 65세 이상 노인들을 상대로 신체활동이나 가사 지원 등 요양서비스를 요양기관이 대신 해주는 서비스이다.
지난 2008년 정부가 노인요양보험을 들고 나온 것은 장기요양서비스가 필요한 노인층의 급속한 증가 때문이다.
서천의 경우는 지난 2000년 초고령 사회로 진입했다. 2000년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노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16.8%를 기록한 이후 지난 2005년에는 22%, 지난해는 인구 10명중 3명꼴에 가까운 26.4%를 차지하는 등 노령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농촌지역에서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치매나 뇌졸중 등 장기요양서비스가 필요한 노인의 급속한 증가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통적인 대가족제가 핵가족제로 대체된 지 오래인데다 ‘노인 병수발=여성’이란 등식 역시 여성의 사회활동 확대 역시 빠르게 증가 추세를 보이면서 노인성 질병을 앓고 있는 부모들을 가정에서의 병 수발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 부모를 여러 가지 이유로 돌보지 못하는 자식들에게는 요양비의 일부만 부담하면 정부가 요양기관을 통해 돌봄 서비스를 해주겠다고 자처한 것은 단비와도 같은 고마운 제도인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노령인구 증가에도 불구 노인장기요양보험 가입자를 제한하는, 사실상 선별요양서비스 제공에 따른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노인들의 불만 목소리가 높고, 모호한 대상자 선정기준, 수요증가에 따른 재정압박 우려, 과도한 본인부담 등의 문제점을 낳고 있다.
여기에다 요양기관 설립이 신고제로 운영되는 탓에 요양기관이 난립하면서 기관 간 과열경쟁, 요양보호사의 열악한 근무여건 등 각종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 서천군 장기요양기관 현황

시행 후 요양기관 9배 급증
지난해 등급인정자 1152명선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기 전 서천에는 금매복지원을 비롯해 서천실버홈 대명과 길산 사랑의 집 4곳만이 장기요양기관으로 지정 운영됐다.
하지만 법이 시행된 2008년 7월 이후 6곳이 장기요양기관으로 지정을 받아 10개소로 늘어난 이후 2009년 12곳, 2010년 8곳, 2011년 5곳 등 모두 35개소가 장기요양기관으로 지정돼 운영 중에 있다. 난립 양상이다.
지정된 시설을 세분하면 ▲방문요양 및 목욕은 오페라노인복지센터 등 12곳 ▲노인요양시설은 금매복지원 등 8곳 ▲방문요양은 서천사랑노인복지센터 등 7곳 ▲복지용구는 삼성복지센터 등 2곳 ▲방문요양·목욕·주·야간 보호·단기보호는  서천노인복지센터 등 3곳 ▲주·야간 보호는 대명 등 2곳 등이다.
등급판정자 기준을 보면 1등급은 종일 침대에서 움직일 수 없는 상태일 경우에 판정받으며 2급은 하루 대부분을 침대에서 생활하거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 3등급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외출이 가능한 상태인 경우에 판정받게 된다.
1·2등급은 노인요양시설, 3등급은 재가방문 서비스 대상이 된다. 노인요양시설급여를 받을 경우 장기요양 급여비용의 80%는 국가가, 나머지 20%만 자부담(1등급은 28만원, 2등급 25만원 이상) 하면 되고 기초생활 수급자는 면제받는다.
재가방문 급여는 일반인은 15%만 본인이 부담하면 되며, 차상위계층은 7.5%, 기초생활 수급자는 무료이다.
서천군의 연도별 등급판정자는 ▲2008년 657명(1등급 138·2등급 201·3등급 318명) ▲2009년 1009명(1등급 196·2등급 281·3등급 532명) ▲2010년 1169명(1등급 176·2등급 312·3등급 681명) ▲2011년 1152명(1등급 151·2등급 305·3등급 696명)으로 1년에 1회 판정받아 장애요양보험 수급자 자격을 유지하게 된다.

요양기관 난립과 정부의 방임

이처럼 노인요양기관이 급증하는 이유는 뭘까?
한마디로 노인을 상대로 잘만 하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철저한 상업논리와 정부의 방치수준에 가까운 방임에 의한 합작품이다.
최경숙 보건복지자원연구원 상임이사는 지난 2010년 3월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한·일 노인장기요양보험 법·제도 비교 토론회’에서 “한국 노인요양보험제도의 핵심문제는 교육기관 및 서비스기관의 설립을 규제 없이 시장에 전적으로 맡기는 바람에 과잉공급 현상이 발생했다.
그 결과 불법과 편법이 횡횡하면서 서비스의 질 저하는 물론 요양보호사의 근로조건이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이사는 “한일 양국이 노인요양 복지서비스가 시장화된 것은 틀림없지만 일본의 경우는 일정 규제를 통해 서비스기관의 난립과 서비스 질 저하 같은 시장화의 폐해를 막고 있을 뿐 아니라 정부가 직접 개입을 통해 요양보호사의 노동조건 개선을 꾀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 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를 둘러싸고 제기되는 가장 큰 문제는 앞서 언급한 요양시설과 재가요양기관, 요양보호사 등이 지나치게 난립하도록 정부가 방치한데 있다.
당초 정부는 요양보호사 인력을 5만명으로 예상했지만 시행 1년만인 지난 2009년께 9배 늘어난 45만명이 배출됐고, 1600개 정도로 추산했던 재가요양기관 역시 1만3000개가 설립돼 당초  예상보다 7~8배 초과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후죽순으로 설립된 요양기관들이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택은 불법과 편법을 동원하는 것 밖에 없다.

요양기관 불·탈법 실태

불법과 편법의 양태는 다양하다.
일단 요양기관이 난립하면서 장기요양급여 수급자 확보를 놓고 기관간 뺏고 빼앗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수급자 확보를 위해서라면 다른 요양기관의 수급자에게 접근해 수급자가 부담해야 할 장기요양급여의 본인 부담 몫 15~20%를 대신 대납해주는 등 사실상 면제조치와 함께 상품권 제공 등 편법을 쓰면서 수급자를 확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급자 확보에 들어간 손실은 요양보호사 임금 삭감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다변사라는 게 피해를 본 다수의 요양보호사들의 주장이다.
서비스를 제공한 실제 시간보다 더 많이 서비스를 제공한 것처럼 서비스 제공시간을 늘려 급여비를 청구하는가 하면, 1명의 요양보호사가 노인과 동반 나들이를 갔음에도 여러 명의 요양보호사가 간 것처럼 꾸며 과다 청구하는 사례도 빚어졌다.
실제 인천 부평의 한 요양기관은 지난 2008년 7월부터 2009년 10월까지 방문요양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도 제공한 것처럼 서류를 꾸미거나 자격이 없는 실습생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요양보호사 이름으로 비용을 청구하는 수법을 이용해 1억원에 가까운 요양서비스 비용을 청구했다 적발됐다.
그런가 하면 요양시설의 경우 시설 정원 범위 안에서 비등급자를 등급자 정원에 포함시켜 요양급여를 부당 청구하는 행위도 단속헛점을 이용해 심심찮게 발생한다.

일부 남성 수급자, 요양보호사에 과도한 서비스 요구
 
그런가 하면 수급자인 노인들 가운데 남성 노인들의 경우 재가서비스를 담당하는 요양보호사를 서비스 제공 범위를 벗어난 사적 업무를 강요하나 요양보호사로 하여금 성적 수치심을 들게 하거나, 성추행에 가까운 노골적인 스킨십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음은 물론, 차량 제공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요양보호사는 “남성 수급자 중 일부는 요양보호사를 자신의 노리갯감인양 몸을 만지는가 하면, 불쾌할 정도로 심한 성적 농담을 걸어오는 경우가 많다”며 “가정적으로 여유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그만 두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수급자들이 이처럼 요양보호사를 자신의 수족처럼 부리는 것은 다름 아닌 요양기관 난립에 따른 수급자 모셔가기 쟁탈전이 벌어지면서 본인부담 몫 요양급여를 내지 않아도 요양급여를 받을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요양기관 중 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요양기관으로 옮겨갈 수 있는 선택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서천지역자활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재가서비스를 받는 수급자들이 가장 많이 요구하는 게 시장을 본다거나, 병원을 가야한다는 개인적인 이유로 차량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양보호사가 수급자를 차량으로 이동시키다 사고를 내게 되면 요양기관 차원에서 보상해줄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 오직 요양보호사 개인 보험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 서천 장기노인요양보험 관계자는 “요양서비스 제공시간을 허위로 늘려 청구하는 사례는 지난해 3월부터 단말기를 이용해 요양보호사가 재가서비스 수급자 가정을 방문해 서비스 제공사실을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해 부당청구가 많이 줄었다”며 불·탈법 행위 근절을 위한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요양보험 정착 관건은 제반 정책이 유기적으로 연동될때 가능

결국 장기요양보험이 제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지난 4년간 시행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극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최경숙 보건복지자원연구원 상임이사는 한국 장기요양보험의 문제 해결 해법으로 ‘사회적 규제, 수가 인센티브제 부여, 요양보호사의 노동조건 개선 등 요양 관련 정책이 하나의 패키지로 작동될 때 가능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요양교육기관 및 서비스기관의 설립요건 강화, 병원의 간호관리처럼 인력의 양과 질에 따른 차등수가제 도입, 파견금지 및 인력배치 기준 강화 등 요양보호사의 노동조건 개선을 제시했다.
그런가 하면 서천지역자활센터 센터장 직무대행 김래현씨는 “요양기관의 난립에 따른 수급자의 서비스 질 저하 등 갖가지 불·탈법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설립이 자유로운 요양기관 설립 신고제를 엄격한 설립기준과 함께 허가제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필요하다면 자율에만 맡기기 보다는 정부가 개입할 수 있도록 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강보험 서천장기노인요양보험 관계자는 “노령인구가 증가함에도 불구 노인성 질환자만을 대상으로 장기요양급여를 실시해 급여혜택을 받지 못하는 노인들의 불만이 높다”면서 “정부차원에서 등급 확대 계획을 세웠지만 국민 부담 증가 때문에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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