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손도손 ‘남자 넷, 여자 넷’
오손도손 ‘남자 넷, 여자 넷’
  • 최정임 기자
  • 승인 2012.02.27 16:32
  • 호수 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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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도 세 마리, 피자도 두 판”
전현웅·이상희 부부 그리고 육남매

▲ 전현웅·이상희 부부.

 

그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아도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화양면 춘부마을의 전현웅(47)·이상희(45)씨 부부와 희망(17·남), 유리(16·여), 예리(15·여), 희건(13·남), 희호(7·남), 소화(6·여) 6남매의 이야기다.
50여년 전에는 많이 볼 수 있었던 모습이겠지만 출산율이 저조해 아이만 낳아도 출산장려금에 돌축하금을 주고 셋째아부터는 양육지원금도 주는 요즘이니만큼 이들이 시선을 끄는 것을 당연하다.


건설폐기물 수집운반 업체 (주)설림을 운영하는 전현웅씨 부부는 사람이 재산인 우리나라, 특히 서천처럼 인구가 계속 줄고 있는 지역에서는 지역존립을 위한 일등공신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8명의 가족이 남자 넷, 여자 넷으로 성비까지 제대로 맞췄다.
지역의 입장에서 보면 참 고마운 일이지만 육남매를 키우는 부부의 애환은 짐작이 된다. 한명의 아이를 키우는데 들어가는 돈이 2억6000만원이 정도라는데 여섯명의 아이를 키워야 하는 전씨 부부의 마음도 편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8명 가족의 가장 전현웅씨는 “식구가 많다보니 한 달에 먹는 쌀만 40kg은 되는 것 같다”며 “간식도 치킨은 세 마리, 피자는 두 판이 기본이다”며 생활비의 60% 이상이 먹는 것에 들어간단다. 또 “학교에서는 급식비 등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다자녀가정으로 면에다 쌀을 신청하면 반값에 살 수도 있지만 사교육비의 경우엔 정말 큰 부담이 된다”며 “부모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그런 점인 것 같다”고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리고 전씨는 “요즘에야 철이 좀 들어서 설거지나 청소 등 많이 도와주지만 예전에 아내가 힘들었을 텐데 많이 도와주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함께 “지금은 아이들이 많이 자랐지만 넷째까지 낳았을 때는 병원에라도 갈라치면 아내가 한 명은 유모차에 태우고, 한명은 등에 업고 첫째와 둘째는 양쪽에 끼우고 다니는 것이 보통 힘든 게 아니었다”고 회상하며 씩씩하게 육남매를 키우고 있는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을 내비쳤다.
얘기만 들어도 아내 이상희씨의 고단함이 느껴지는 다자녀가정이지만 사실 두 부부의 모습에서는 일상의 행복이 묻어나는 것 같았다. 남들보다 아이들 키우는데 6배, 아니 12배는 힘들지 모르지만 아이들에게서 얻는 행복은 적어도 그것보단 배는 더 큰 듯했다.

▲ 전현웅씨 부부와 6남매.


엄마 이상희씨는 “큰 아이들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어린 동생들을 잘 돌봐주고 동생들도 형, 언니들과 함께 자라 위, 아래를 잘 알고 배우는 것도 빠른 것 같다”며 육남매에 대한 자긍심과 애정을 드러냈다.
속이 깊고 부모님 생각을 많이 하는, 8살 때부터 동생들 밥을 챙겨 먹였던 장남 희망이(이름값 톡톡히 하고 있는 듯하다), 친구 같고 대화가 잘 통하는 만화가라는 꿈을 향해 노력하는 둘째 유리, 꼼꼼하고 자기 할 일은 스스로 알아서 잘 하는 셋째 예리, 딸처럼 곰살맞고 가르쳐주면 스펀지같이 부모님 말씀을 잘 빨아들이는 넷째 희건이, 똑똑하고 호기심 많아 어려운 질문도 많이 하는 다섯째 희호, 막내라는 단어에 모든 것이 담겨 있는 귀염둥이 여섯째 소화…
엄마 이상희씨의 자식 자랑에 듣는 사람도 함께 배부른, 그들은 서로의 존재만으로 행복한 말 그대로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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