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한산 소곡주의 세계화를 위해⑦최종회(한산 소곡주 세계화를 위한 제언)
■기획취재/ 한산 소곡주의 세계화를 위해⑦최종회(한산 소곡주 세계화를 위한 제언)
  • 고종만 기자
  • 승인 2013.10.12 13:03
  • 호수 6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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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 관련 지역특화 산업, 전문가 양성에 성패 좌우
전문가 없는 ‘생태도시 11년’…순환보직 역기능 많다

  * 이 기획취재는 충청남도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프랑스 와인이나 일본 사케 명성이 하루아침에 얻어진 것이 아니다. 와인과 사케가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이면에는 주조에 적합한 품종 개발 및 재배, 선별 과정을 거쳐 엄격한 제조 및 품질관리, 끊임없는 연구개발 등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막 걸음마를 땐 한산 소곡주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다. 최종회인 이번호에서는 학계, 업계 대표, 군청 담당자 등을 통해 한산 소곡주가 세계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대안을 알아본다.    <편집자 주>

 

순환보직 인사 전문성 확보에 제동

“업무 파악이 끝나 겨우 일할 만 하니까 다른 부서 가라고 하더라고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리를 옮기는데 신경 써서 일할 필요 뭐 있겠어요”
한 공무원의 말처럼 1~2년 단위로 자리를 옮기는 순환보직인사는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많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역의 특산품을 지역특화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부서의 경우는 순환보직인사시스템에서 예외로 두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군의 경우 현직 군수가 ‘세계최고의 생태도시 어메니티 서천’을 지난11년간 외쳤을 뿐 관련분야 전문가 한명 키워내지 못했고, 지역발전과 연계된 가시적인 성과를 끌어내지 못했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모시의 고장인 서천군이 한해 수백억원대로 시장규모가 커진 모시떡 산업을, 모시와는 전혀 관련 없는 전남 영광군에 선수를 빼앗기는 수모를 겪었다. 그 원인을 전문성과 무관하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리를 옮기는 순환보직 인사시스템에서 찾고 있다.

순천만운영과 둔 순천시

신성리 갈대밭을 벤치마킹했던 전남 순천시의 경우는 경제환경국내에 정원 30명 규모의 순천만운영과를 두고 순천만 조류 및 습지, 순천만 보전업무, 탐조투어, 생태 탐험선 운영 등 순천만 운영 전반과 관련된 업무를 보도록 하고 있다. 시는 이 부서만은 순환보직인사에서 예외로 두고 자체 승진 기회를 보장해주고 전문성을 갖고 근무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생태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서천군이 순천시와 다른 게 있다면 학자 이상 전문직 식견을 가지고 있는 공무원이 단 한명도 없다는 것”이라면서 “전문성을 요하는 부서에 대한 인사시스템 개선 없이는 군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인신 모시산업담당도 “한산소곡주 명품화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충남도와 농식품부의 경우처럼 서천군청 내 여러 부서에 산재돼 있는 식품 관련 업무를 식품산업담당으로 통·폐합하는 전담부서 신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서천군에는 식품관련업무가 문화체육과를 비롯해 친환경농림과, 농업기술센터 등 3개 부서에 분산돼 있다.

자유로운 술 제조 제도화 해야

지난 2012년 소곡주 1차 명품화사업에 대한 학습효과가 컸다. 올해 명품화 사업이 군 본예산에 반영되지 못해 사업추진이 늦어지면서 군청 담당부서에 명품화사업 추진요구가 빗발칠 정도로 가양소곡주 농가들이 앞 다퉈 주류제조면허 취득을 희망하고 있다. 지난 8월 2차 명품화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12주 과정의 소곡주 아카데미 기초과정에 45명이 강의를 신청해 수강할 정도로 관심도가 높다.


얼마 전 타계한 배상면 전 배상면주류연구소장은 편역서인 ‘조선주조사’에서 한미 FTA등으로  발생한 잉여 농산물 소비를 주류공업과 연결해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농가에서는 잉여농산물로 술 제조시 미국의 경우처럼 신고만으로 자유롭게 제조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국산 농산물을 사용하는 농민에게 자가용 주류제조시, 연간 제조량이 1~2㎘ 미만까지는 신고만으로 주류를 제조판매하고, 일정량 이상일 경우에만 관할세무서장에게 정식 면허를 받아 제조, 판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정 지원은 최소에 그쳐야

충북 영동군이 수년 만에 국내 와인산업의 메카가 됐고 영동군의 효자산업으로 급부상한 것처럼 한산 소곡주도 명품화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농가의 주류면허 취득 지원을 지속해야 한다. 다만 생산설비 등 재정적 지원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영동 농가형 와이너리(포도주 양조장) 1호인 컨츄리와인 김마정 대표는 “영동군은 와이너리에 생산설비비로 800만원을 지원했지만, 경북 영천시의 경우는 농가당 2억원 안팎의 설비비를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관의 지원이 끊어지면 문 닫을 와이너리들이 많다.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관의 재정지원은 최소로 그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정보력이 부족한 농가형 와이너리들에게 와인산업 동향 등 최신 정보제공 등 행정적 지원은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 아무개 소곡주 제조농가 대표는 “군이 주류면허취득지원만 해줄 것이 아니라 주질 향상을 위해 기존 제조면허 취득자를 대상으로 하는 보수교육을 소곡주 아케데미 과정에 신설해 달라”고 말했다.

소곡주 전용 쌀 선정 시급

백제인 진씨 형제에 의해 누룩비법을 전수받은 일본에는 사케 주조용 쌀 품종이 40~50여종에 이른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품종으로는 일본 현지 취재처인 시라타키(백룡)주조가 사용중인 효고현산 아마다니시키(山田錦)를 비롯해 아마다니시키 품종 개발 이전의 쌀인 비젠오마치, 고하쿠만고쿠(五百萬石), 미야마니시키(美山錦), 고시히카리 등이 있다.


하지만 일본 사케의 원형이랄 수 있는 백제의 술 소곡주는 1500년 역사를 자랑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주조전용 쌀 품종이 개발됐다거나 기존 품종 중 주조적합 쌀도 선정되지 않았다. 명품화 단계를 넘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명주 한산소곡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하루속히 주조전용 품종 개발 및 선정이 이뤄져야 한다. 군의 경우 지난 2008년 농업진흥청 작물과학원, 한산소곡주 등과 한산소곡주 전용 찰벼 품종 육성보급을 위한 공동협약식을 갖고 2009년까지 찰벼 품종별 양조적성 등 시험평가와 함께 2품종을 선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농가들이 충남과 전북일원에서 재배되고 있는 동진찰벼를 주조용 쌀로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농업기술센터 김인구 소장은 “당시 조사결과 품종별로 현격한 차이가 발생했다. 조사결과를 토대로 적합품종을 제조농가에게 통보해야 했지만 못했다”면서 “올해 소곡주 명품화 사업의 일환으로 1000여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동진찰벼 등 5종의 찰벼를 소곡주를 빚는 다섯 농가에 시험재배토록 한 뒤 전용 품종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통 말살하는 누룩 관계법 개정시급

또 소곡주 전용 누룩개발도 시급하다. 지난 7월부터 개정된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소곡주 제조농가가 직접 누룩을 만들어 사용하는 ‘가공’행위는 할 수 없도록 했다. 일본 사케 양조장은 누룩균 전량을 일본주조협회에서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술맛의 90% 이상을 좌우하는 것이 누룩이라고 볼 때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누룩제조비법을 토대로 누룩을 빚어 사용하는 것을 가공한다는 것을 이유로 금지하는 것은 전통을 계승한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법 개정이 필요한 대목이다.


유경희 자향소곡주 대표는 “어머니때부터 누룩을 직접 띄워 술을 빚어온 사람들에게 도움은 주지 못할망정 획일적으로 가공을 금지하는 것은 전통을 말살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면서 “제조농가별로 소규모 누룩방을 설치해 술을 빚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용 지하수 개발 급선무

‘좋은 물이 좋은 술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충남을 연고로 한 소주 업체는 지역의 명산과 연결된 암반 지하수로 술을 빚는다며 깨끗함을 강조한 바 있다. 일본현지 취재처인 시라타키 주조 역시 지하 60여 미터에서 끌어올린 미네랄이 풍부한 지하수로 사케를 빚는다. 한산소곡주도 명주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지하수 개발이 필수이다.


이종기 우리술연구소장은 “제조농가들이 자체적으로 양질의 지하수를 파 소곡주를 빚기 보다는 마을 상수도나, 광역상수도를 이용해 술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좋은 물이 좋은 술을 만든다는 말처럼 지현리 등 몇 군데를 샘플로 지하수를 판뒤 성분 검사를 통해 양질의 지하수를 선정해 주조용 물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생관리는 제조농가 명운 직결

시라타키주조 제조총괄책임자 야마구치신고씨는 “제조장 위생은 회사의 명운과 직결된다”며 “술을 빚는 9월 이전까지는 공장식구들이 매일같이 제조장 내부를 깨끗하게 청소해 혹시 술을 빚는 과정에서 발생할지 모를 오염 소지를 없앤다”고 말했다.


사케나 소곡주 주조 공정이 다르지만 기본적으로는 원료 구입에서부터 주조, 출하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철저한 위생관리가 요구된다. 소곡주를 빚는 농가들 대부분이 60~70대 이상 고령이서 위생관렴이 젊은 사람에 비해 떨어진다. 제조용기를 고무 통으로 사용하고, 소곡주에 첨가해서는 안 되는 미원을 넣는다거나 도수나 술 양을 늘리기 위해 소주를 혼합한다든지, 주조실 내부에 해충 방지시설을 전혀 갖춰놓지 않고 술을 빚는다. 비위생적인 재활용병 사용은 기본이 됐다.

◆연재를 마치며

한산소곡주 명품화사업’은 말 그대로 제조농가별로 천차만별인 소곡주 맛을 제조공정 표준화와 품질 규격화 등을 통해 국내를 대표하는 향토 특산주로 개발하자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군의 명품화 사업은 국내 현존하는 전통주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소곡주의 명성을 감안할 때 추진기간이 5년에 불과할 정도로 일천하다. 국내외 선진사례를 비교 검토, 연구를 통해 명품화 사업에 반영해야 한다.
서천의 특산주인 한산소곡주가 국내를 대표하는 전통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소곡주의 주요 원료인 지하수 확보와 주조전용 찹쌀품종 선정과 누룩 개발이 하루 속히 이뤄져야 한다. 주조용 쌀과 누룩용 밀 품종이 선정되면 전용 재배단지 조성도 필요하다.


또 가양 소곡주 농가들이 주류제조면허를 취득하고, 생산설비를 갖출 수 있도록 지속적인 행·재정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기초반과 심화반 등 2개 과정으로 운영되는 ‘소곡주 아카데미’에 기존 제조면허취득자에 대한 ‘보수 교육과정’을 신설해 주질 향상을 꾀해야 할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선진적인 인사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 국내 최고의 생태관광지인 순천만을 보유하고 있는 순천시가 선진적인 인사시스템을 토대로 순천만운영과를 두어 운영하고 있다. 서천군도 모시와 모시산업담당 부서는 순환보직 인사 예외부서로 두고 담당 공무원들이 업무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확보토록 하고, 승진기회를 보장해줘야 한다.


위생관리는 소곡주 맛과 함께 명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분야인 만큼 철저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제조장에 대한 위생당국의 지속적인 지도 점검에 앞서 제조자들이 소비자의 입장에서 원료 선택에서부터 주조 전반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위생 및 품질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밖에도 소곡주 홍보 차원에서 일본의 폰슈칸(사케 시음장) 처럼 금강하굿둑 관광지내 관광안내소 등에 시음과 판매가 가능한 소곡주 자판기를 설치하고, 소곡주와 궁합이 맞는 안주개발도 속히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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