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의 날과 광복군
국군의 날과 광복군
  • 뉴스서천
  • 승인 2003.09.19 00:00
  • 호수 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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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7일은 우리 국군의 효시인 광복군 창설 기념일이다. 광복군은 우리나라가 일본의 침탈을 받아 그 압제에 신음하고 있을 때, 국권 회복을 위한 항일 무장투쟁을 목적으로 탄생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자랑스런 정식 군대다.
우리나라가 상해 임시정부의 법통과 정신을 정통으로 이어받았음은 헌법에도 뚜렷이 명시되어 있다. 이에 광복군이야말로 대한민국 국군의 전신이요, 모체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이날이 바로 국군 창설 일로서 기념되어야 하며 국군의 날로 지정되어야 함은 너무도 당연한 이치이다.
그럼에도 광복 후 지금까지 매년 이날이 되면 과거 임시정부와 광복군에 몸담았거나 관련되어 활동하던 몇몇 분들끼리만 모여 별 사회적 관심도 없이 조촐하게 기념 행사를 치러 왔다. 조국 광복을 위해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린 수많은 애국 선열들이 우리들을 향해 무어라 말하고 있을지, 또한 미래의 우리 후손들은 오늘을 살아간 우리를 어떻게 평가할지, 생각하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어떤 날을 국군의 날로 하고 있느냐는 우리 국군의 정신적 전통과 이미지 결정에 매우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장병들의 가슴속에 국군에 대한 진정한 자부심을 불러일으키고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이끌어낼 수 있느냐 없느냐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10월1일을 국군의 날로 한 것은 1950년 6·25전쟁 당시 육군 제3사단이 맨 먼저 38선을 돌파했음을 기념하기 위하여 설정한 것이다. 물론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할 수는 있겠지만, 그 역사성이나 의의 그리고 장병들과 국민들의 마음 속에 진정한 자부심을 자아내는 데는 광복군 창설일과 큰 차이가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국군의 정신사적 연원을 설명하고 밝힘에 있어 광복군 창설의 의의는 아무리 강조해도 과하다 하지 않을 극히 자명하고 당연한 사실임에도 이를 도외시하고 굳이 동족상잔의 6·25전쟁에서 의의를 설명하려 했던 당시 권력자들의 딱한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군국주의 일본군에 솔선 부역하여 광복군과 독립군 토벌작전과 와해공작에 핏발 세워 활동하던 반민족적 친일세력들이 광복 후 군과 관료세계를 완전 석권해 버림으로서 자신들의 부끄러운 과거행적을 덮어버리고 민족 정기를 흐리게 하기 위해 작위적으로 만들어낸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조국이 광복된 지 58년이 지났지만, 이렇게 고의로 국군역사의 첫 장부터 왜곡시켰음이 분명한 이런 일 하나도 바로 고치지 못할 정도로 친일 세력들이 냉전 수구세력으로 대를 이은 기득권 집단으로 단단히 자리잡아 정치, 언론, 경제 등 우리 사회 각 부문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민주화된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주변 특히 관료와 군대 조직에는 친일세력들이 뿌리고 가꾸어온 독소의 잔재들이 너무나 깊고 짙게 그대로 배어 있다.
문제의식을 자각하지 못하도록 세뇌되고 길들여진 우리의 무관심을 반성하며 국군의 날을 제자리에 놓아 정상화하는 일부터 시작하여 진정한 역사 바로 세우기를 다시 시작하자.

<표명렬/전 육군 정훈감·군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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