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의 희망을 나눠요
1%의 희망을 나눠요
  • 최현옥
  • 승인 2003.10.17 00:00
  • 호수 1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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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이 취미라는 나씨 서천의 미래를 열고 있다
그는 서천의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다. 우리가 서천이 경기 침체와 노령화로 척박해져 간다며 길을 잃고 헤매는 사이 그는 단 1%의 희망이라는 단서로 지역을 가꾸고 있다.
“나보다 주위사람들이 잘돼야 내가 잘되는 거예요. 내 것을 조금 나눠 같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간다는 것 멋진 삶 아닌가요?”
KT&G에서 담배를 매도하는 희망 전도사 나충수(52)씨. 그는 나눔의 즐거움을 익히 알고 있다. 그래서 그에게 기부는 오래된 취미생활이며 일상이 되었다.
“지금은 좋아졌지만 복지원의 허름한 건물과 초라해 보이는 노인의 모습이란… 꼭 저희 부모를 보는 것 같아 발길이 떨어지지 않더군요. 그래서 그때부터 복지원 문턱이 달토록 다녔죠”
나씨가 주민들에게 희망을 나누기 시작한 것은 지난 85년 장항방면으로 출장 길에 금매복지원을 지나면서이다. 그 이후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도록 음지에서 도움의 손길을 전했다.
“복지원을 갔다오는 날이면 밤에 잠을 못 이뤘어요. 가족이 그리운 노인들이 내가 아들 같다며 손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거든요. 그 동안 가슴에 쌓인 한이 많아서요”
여린 심성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아니어도 그곳에 갔다오면 누구든 봉사의 마음이 생겼을 거라는 나씨. 그는 자신을 방기는 노인들의 모습을 보며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보령 남포면에 소재한 노인들과 고아들을 수용하는 보령원까지 돕는다. 그는 생필품과 경제적 지원 등 월 평균 6회 이상 다니며 자신이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나누었다.
장항, 마서, 비인, 한산 등 지역을 돌아다니며 담배를 판매하는 업무를 담당하며 주민들과 접할 기회가 많았던 그, 우연히 한산면에서 홀어머니 밑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4자매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게 된다. 그 이후 수업료를 비롯한 교제비와 생활비를 보조해 주었고 지병으로 어머니마저 돌아가신 다음에는 부모역할 까지 자청했다.
그 결과 나 군은 명문대 입학에 이어 지난해 사법고시 1차에 합격했고 다른 형제들도 자기 몫을 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이외에 나씨의 행적은 화려하다. 가정 형편이 불우한 학생을 비롯해 소년소녀 가장들을 뒷바라지했으며 대학 입시를 앞둔 학생들이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는 시간을 맞춰 자신의 승용차로 집까지 태워다 주었다.
또 지난 91년에는 노인회관 건립시 토지와 성금 1백만원을 전달, 주위를 훈훈하게 했다.
“그런데 요즘은 과거 같지 않아요. 봉사의 개념도 바뀌는 것 같아요. 물질도 풍부하고 기관에서 돕는 것도 많거든요. 물질이 정신을 앞서는 세상, 이제는 정신적인 기부를 하고 있어요”
자신의 도움에 대한 손길에 예전 같지 않은 반응을 느낀다는 나씨는 현재 사회단체를 통해 경제적 가부를 하고 있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위치에서 어려운 이웃을 찾아 관심과 격려를 나누고 있다.
“사실 저는 배움도 짧고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도 않아요. 하지만 봉사는 중독과도 같아서 지속적으로 하게되거든요. 가끔 사람들이 오해할 때는 가슴이 아프지만요”
과거 금매복지원에 물품전달을 위해 길을 나섰다가 차가 전복돼 생명을 잃을 뻔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는 나씨는 자신의 작은 실천이 사회적으로 변화의 물결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좋다.
“제가 인터뷰에 응한 이유는 제 이야기가 세상에 귀감이 되었으면 하는 거예요. 귀감이라는 것이 주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옮겨지고 함께 행동하게 만드는 거야 하는데… 그동안 내가 만들어온 탑이 무너지는 것 같기도 하네요”
여러 번의 설득 끝에 겨우 만나 시작한 인터뷰. 지면으로 자신의 행적을 옮기는 것이 생색내기에 불과한 것 같다며 그는 다시 인터뷰를 없던 것으로 하자고 청한다.
나씨의 사례가 그 누구에게든 귀감이 될 것을 기약하며 인터뷰를 마치려 하자 나씨는 갑자기 일어나 옆에 있던 칠판에 ‘無中生有(무중생유)’ 를 쓰며 말한다.
“너무 장황하게 말을 많이 한 것 같은데 사실 지금까지 제가 남을 도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이거예요. 아무것도 없는 가운데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 희망! 그것이 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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