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앨범(3회)
아빠의 앨범(3회)
  • 뉴스서천
  • 승인 2003.11.07 00:00
  • 호수 1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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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때 아빠가 결석을 해서 사진 못 찍은 거야.”
갑자기 부엌에서 엄마 목소리가 총알처럼 튀어나옵니다.
“결석이요?”
“그래. 어? 그런데 너 오늘 대현이네 언제 갔어? 갈 시간이 없는데. 학원 빼먹은거 아냐? 너 이 녀석 이리와봐!”
아차, 엄마의 그물망에 또 걸려들었습니다.

아침 자습 시간에 책을 읽고 있는데 대현이의 쪽지가 전달되었습니다.
‘너 어제 혼났다며?’
‘어떻게 알았어?’
‘어제 니네 아빠 우리집에 왔었어. 우리 아빠랑 아주 오래 얘기하고 갔다.’
‘어? 난 몰랐네.’
‘아무튼 우리 몸 조심하자. 우리 아빠도 지금 저기압이야.’
“띠리리리 띠리리” 수업 시작 종이 울렸습니다.
“아빤 왜 하필 그런날 결석을 했을까? 다음날이라도 가서 찍을 것이지. 혼자만 없고…….”
가방 속에서 수학 책을 꺼내는데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새어나왔습니다.
학원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니 할머니가 와 계셨습니다. 엄마 아빠는 검사 결과를 알아보러 병원에 가셨다고 합니다.
“다른 때는 전화로도 되더니?”
“몰라. 오늘은 직접 오라고 혔디야. 지발 괜찮아야 헐틴디.”
할머니는 저녁을 지으며 연신 한숨을 내쉬십니다. 할머니의 한숨이 집안을 둥둥 떠다니며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게 합니다. 오래 간염을 앓아온 아빠는 두 달에 한번씩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는데 이번엔 결과가 좀 안좋나 봅니다. 내가 태어난 직후부터 그랬다니까 벌써 10년이나 아빠는 간염을 앓고 계신겁니다. 술은 끊으셨는데 담배는 가끔 엄마 몰래 피우십니다. 혹시 그것 때문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삐삐 삑!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아홉시 뉴스가 막 시작될 때 엄마 아빠가 병원에서 돌아오셨습니다. 엄만 몹시 피곤해 보였지만 아빤 의외로 기분이 좋으신 것 같았습니다. 손엔 꼬꼬치킨 봉지까지 들고 계셨습니다.
“그려∼어떻디야?” 할머니 입에서 단내가 났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아요. 괜찮대요.”
활기찬 목소리로 아빠가 대답합니다.
“그런디 왜 자꾸 사람을 오라가라 한디야?
할머니 시선은 엄마에게 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아빠가 못 미더운 모양입니다.
“그러게요.” 엄마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습니다.
“속시원히 말혀봐. 답답혀죽겄다. 얼릉?”
엄만 아빠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십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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