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 시민기자
  • 승인 2019.07.16 21:36
  • 호수 9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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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선비는 7월부터 9월까지 를 읽는다

요즘에는 경전 읽는 공부를 하지 않는 탓에<금세학불강今世學不講> 남녀가 아이 때부터 마음은 교만하고 몸은 게으르고 의지는 무너져<남녀종유변교타괴료男女從幼便驕惰壞了> 자라면서 점점 더욱 흉악하고 사나워진다<도장익흉한到長益凶狠.소학가언小學嘉言제오第五>”라고 말한 횡거 장재 선생의 걱정은 오늘날에도 비추어 봐도 틀린 말을 아닐 것이다.

그래서 횡거 선생은 어려서부터 바르게 공부하는 버릇을 몸에 베게 하라고 한다.<몽학근습蒙學近習> 본래 버릇이란 지혜와 더불어 자라나고<습여지장習與智長> 그 버릇의 변화는 마음과 더불어 성장된다<화여심성化與心成>고 했다. 그러하기에 어려서는 오만한 마음이 자라나게 해서도 안 되며<오불가장敖不可長> 욕심을 따라가서도 안 되며<욕불가종欲不可從> 너무 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도 안 되며<지불가만志不可滿> 즐거움을 극에 달하도록 해서도 안 된다<낙불가극樂不可極>고 했다.

옛말 이언에 유시려연지교幼時麗姸之敎 불감훼상지본不敢毁傷之本이라했다. 어려서는 본모습 그대로 곱게 자라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삼자경三字經은 말한다. 어제는 이미 지났고<이과작已過昨>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이불래而不來> 어제도 말하지 말고<무어작毋語昨> 내일도 말하지 말라<무어래毋語來> 오직 지금만이 삶이다<유독존唯獨存>. 지금이 중요한 것은<금요결今要訣> 공부하지 않는 나를<불학아不學我> 그나마<공부할 수 있도록>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유정리有正詈>. 이 말 끝에 여조겸呂祖謙은 근사록近思錄에서 제자들에게 이렇게 당부한다. 남보다 우수하다고 해서 귀한 것은 아니다<수어인불귀秀於人不貴>‘ 진실로 귀한 것은 과거의 나보다 유능해지는 것이다<귀유능어과貴有能於過>’ 맹자는 젊어서 게으른 공부 끝에 오는 후회를 경책하여 말하길 마음이 지치도록 시달려 많은 생각을 저울질해 본 뒤에<큰 고생을 한 뒤> 공부한다‘<맹자는 여기서 오로지 공부만 한다는 배울 학을 쓴게 아니라 공부든 뭐든 먹고살기 위해서 닥치는 대로 한다는 뜻의 작을 썼다. 곤어심困於心 형어려이후작衡於慮而後作.맹자고자장구하15-2문장>

사람은 언뜻 보기엔 위대한 것 같지만 대체로 엉망진창이며 때로는 너무 부조리하기까지 하다. 저들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가 그렇고 네가 그렇고 나도 그렇다그래서 부모들은 자녀에게 눈만 뜨면 공부를 하라고 하는 것이다. 나까지는 어려서 공부를 멀리한 탓에 불합리에 매료되었고 부적절한 반응을 좋아한다. 해도 내 자녀만큼은 돌이키고 싶어 하지 않는 상처와 부끄러움과 여타의 미숙함에 함몰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 중심에 맹자라는 책이 있다.

<맹자> 책을 일러 칠구<칠구지서七九之書>책이라 하는데 칠월에 읽어 구월 추석 전후에 일독을 마친다는 책으로 13세에서 15세 소년이라면 의무적으로 읽어야 한다는 책이다. ‘논불필독맹자소論不必讀孟子少라고 했다. 맹자를 읽은 소년하고는 논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15세의 주원장에게 남자가 큰 일을 하려면 몸을 굽혀 공부를 해야 하고<남아대업진굴학男兒大業盡屈學> 그 공부에는 맹자 책이 천하제일입니다<기학일천득맹자其學一天得孟子 어떤 판본엔 天下諸先讀孟子로 되어있음>”라고 말하면서 훗날의 마각태후가 된 마수영馬秀英이 전해준 책이 맹자라 한다.

주역에 궁즉통窮則通이라했다. 궁하면 통한다는 말로 사람이 시련을 만나면 숨겨진 지혜와 용기가 나온다는 뜻인데 어려서 공부가 되어있지 않으면 궁즉통窮則通이 아니라 궁즉난窮則亂이 되기 십상이다. 오자추구집에 불학하시도不學何時倒라했다. 배우지 않은 자는 언젠가는 넘어진다는말이다.

공자가 평생 자부심갖는 게 딱 하나 있다. “몇 집 안 되는 작은 마을에도 성실하고 믿음직스러운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그러나 나보다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자왈子曰 십실지읍十室之邑 필유충신여구자언必有忠信如丘者焉 불여구지호학야不如丘之好學也. 公冶長第二十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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