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년 전 판교장날 억울한 희생자들 위령제 열린다
71년 전 판교장날 억울한 희생자들 위령제 열린다
  • 허정균 기자
  • 승인 2021.08.25 21:05
  • 호수 10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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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섭·정완희 추진위원장 “연례행사로 자리잡기 기대”
▲판교양민학살사건 위령제 추진하는 신경섭 판교면발전위원회 위원장(왼쪽)과 정완희 충남작가회의 회장
▲판교양민학살사건 위령제 추진하는 신경섭 판교면발전위원회 위원장(왼쪽)과 정완희 충남작가회의 회장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910일은 판교 장날이었다. 이날 현암리 장터로 몰려든 주민들은 인민군이 미군의 폭격에 대비 장을 열지 못하게 하자 판교국민학교 뒤 판교리와 복대리 가실마을로 옮겨가 임시장터를 열었다.

오전 1130분 무스탕이라 불리던 F51 미군기 2대가 나타나 장터 상공을 선회하더니 장터에 모여든 흰옷 입은 주민들을 향해 기총소사를 가해왔다. 순간 장터는 아수라장이 됐고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1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많은 목격자들이 있었지만 이 엄청난 사건의 진상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채 역사의 뒤안길로 묻히는 듯했다.

뉴스서천은 창간과 함께 판교 미군 양민학살 사건진상을 2호인 19991018일자에 목격자의 증언과 유가족의 진술을 담아 소상히 보도했다. 이어 뉴스서천은 전교조 서천지회, 서천군농민회, 한청서천지회 등 3개 단체와 공동으로 판교면 미군 양민학살 진상조사 위원회를 구성해 활동하면서 자료를 수집하고 지면에 기획보도했다. ‘유가족 대책위원회(위원장 이충열. 작고)’는 가족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요구하기에 이르렀으며 이러한 활동은 마침내 결실을 얻어 2010105일 진실화해위는 진실규명 신청에 대해 진실규명으로 결정했다.

당시 서천지역은 북한의 주공라인인 경부축선으로부터 서쪽으로 치우쳐 있었기에 미군이나 한국군이 방어전투를 실행하지 않았으며 해병대를 비롯한 지역경찰이 북한군 제6사단 13연대에 맞서는 정도로 상시 주둔한 대규모 인민군 부대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미 제5공군의 F-51F-80은 도로상에 움직이는 차량과 병력의 파괴에 중요한 역할을 했고 북한군의 병력과 보급품이 촌락지역에 은닉됐다는 판단으로 인근촌락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판교면 폭격사건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미군 문서로는 제18전폭단 소속 제67전폭대대의 1950910일자 임무보고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문서에 따르면 당일 1055분경 F-51 2대가 이륙하여 임무를 완수하고 1250분경에 착륙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 시간 중 판교 임시시장에서 기총사격을 하며 머문 시간은 1130분부터 45분까지 15분간으로 판교리 동쪽으로 이동하던 소속 비행기 두 대가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장면을 목격, 기총소사로 100여명을 사살한 것으로 기록돼 대부분의 희생자 유족의 진술과 일치하고 있다.

이처럼 사건의 전모가 밝혀졌음에도 서천에서는 희생자 위령탑은 커녕 위령제 한번 지내지 않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에 판교면 주민들이 나섰다. 올해 910일 판교 장날, 현암리 장터에서 위령제를 지내기로 한 것이다.

신경섭 판교면발전위원회 위원장과 복대리로 귀향해 살고 있는 정완희 시인(충남작가회의 회장)이 위령제 추진에 앞장섰다. ‘판교양민학살사건위령제추진위원회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맡아 준비를 하고 있다. 24일 뉴스서천 회의실에서 이들을 만났다.

그동안 마을 주민들을 만나고 면장, 군청직원들을 만나 협조를 받기로 했습니다. 늦은감이 있지만 다행입니다. 연례행사로 자리잡으면 좋겠습니다신경섭 위원장의 말이다.
사건 현장인 당시 임시장터는 판교리가 20% 정도, 복대리가 80% 정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날 사건 현장에서 행사를 치르기로 했다가 그날이 판교 장날이므로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는 데 편리할 것 같아 판교장터에서 사건이 발생했던 그 시간에 맞추어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정완희 부위원장은 당시의 상황과 아픈 역사를 되새기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건이 발생한지 71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제야 억울한 영혼들은 조금이라도 위로를 받을 것 같다. 매년 910일 판교 장날 연례행사로 자리잡기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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