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만 되면 할머니가 아침상을 내밀며 어서 먹으라는 통에 철수도 나도 어거지로 밥수저를 입안에 떠밀어야 했습니다.
할머니만 아침잠이 없으신게 아니라 온 동네 사람들이 다 그런 것 같았습니다.
눈을 반쯤 감고 밥을 먹고 있는 우리들을 보러 앞집 할머니도 오시고, 뒷집 명석이도 옵니다. 명석이는 이곳에 와서 사귄 친구인데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아이입니다.
엄마 아빠가 이혼을 해서 할머니랑 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언제나 씩씩해서 아픔이 있는 아이인줄 몰랐는데 어느 날 밤 할머니가 밤을 까서 우리 입에 넣어주시며 “ 명석이도 서울서 살았었다는디, 그런 얘기 안하지? 말 안하고 있는 건 지금도 많이 속상해있다는 건디, 잘 혀줘야 쓴다.”하고 말씀하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명석이 형아는 왜 이사왔어요?”
입 속에 밤을 우물거리며 철수가 물었습니다.
“잉, 엄마 아빠가 갈라섰다는구먼. 애들이 불쌍허지. 명석이 동상은 지 외갓댁으로 갔다는디.
어린 것들이 얼마나 정에 굶주릴까, 휴∼”
할머니는 정말 가슴이 아픈 것 같았습니다.
쉴 사이 없이 할머니 손에서 밤 껍질이 벗겨지기만을 기다리던 우리들도 아무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습니다. 철수는 모르겠지만 그 순간 나는 철수도 할머니도 서울에 계신 엄마, 아빠 모두가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멀리 떨어져 산다는 명석이 동생을 잠깐 떠올려보았습니다.
읍내 장날이라고 할머니가 장 구경을 가자고 하셨습니다.
두 시간마다 한번씩 오는 버스여서 놓쳐서는 안된다며 40분이나 먼저 정류장에 나가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류장에는 벌써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앉아계셨습니다.
다들 한 시간도 더 넘게 버스를 기다리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보였습니다.
“얘들이구먼, 박이장댁 손주들이.”
아랫니가 두 개밖에 남지 않아 홀쭉해진 입을 벌리고 웃으시며 낯선 할머니 한 분이 철수 머리를 쓰다듬어 주십니다.
“안녕하세요?”
우리가 인사를 하자 “앗따! 그놈들 쓰게 생겼다. 인사도 잘 허고.”
머리엔 에스키모인들이 쓰는 것 같은 갈색 모자를 쓰고, 발에는 털 달린 고무신을 신으신 할아버지가 칭찬을 해주시자 할머니 얼굴에 미소가 번집니다.
“얘들이 공부도 얼마나 잘허는지 모른다요, 허지 말라고 혀도 늘상 책상 앞에 앉아있다는디 잠깐 머리 좀 식히라고 지 에미가 보냈당게.”
할머니 말씀에 우리 둘 다 얼굴이 빨개지고 말았습니다.
“어? 명석이 형아다.”
철수가 저 멀리 전봇대 뒤에 서 있는 명석이를 발견했습니다.
“명석아!”
우리는 명석이를 부르며 달려갔습니다. <계속 designtimesp=19886>
<함께읽는동화 designtimesp=19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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