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비행사가 아닌 민간인들의 우주여행이 가능할까? 이런 질문은 이미 낡은 것이 된 지 오래다. 2001년에 미국의 억만장자 데니스 티토가 이미 러시아의 소유스 우주선을 타고 우주정거장을 방문하는 8일간의 여행을 하고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 후에도 여러 명이 우주여행을 다녀왔으며, 지금도 몇 개의 우주여행 상품이 나와 있다. 물론 천문학적인 액수를 감당할 재력이 있어야 우주 여행객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인간에 앞서 우주여행을 하고 돌아온 개들이 있다. 우주인이라는 말은 귀에 익지만 우주개와 우주견이라는 낱말이 국어사전에 실려 있다는 얘기는 낯설게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히 우주여행을 하고 돌아온 개들이 있으며, 국어사전에 ‘실험용으로 인공위성에 넣은 개’라는 뜻을 담아 표제어에도 오르게 되었다. 아무리 개 팔자가 상팔자라지만 우주여행까지 다녀올 정도라니, 스스로 개만도 못한 인간이라며 푸념을 늘어놓을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최초로 우주 비행선을 탄 개는 라이카라는 이름을 가진 개다.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본래 이름은 쿠드랴브카이고 라이카는 개의 품종 이름인데, 라이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지는 바람에 본명이 희미해지고 말았다. 라이카는 소련의 우주과학 연구자들이 우주선에 태울 개를 찾으러 모스크바 시내를 돌아다니다 발견한 떠돌이 개였다. 한낱 떠돌이 개에서 우주개로 신분이 급상승한 셈인데, 그렇다면 라이카는 그런 상황에 대해 만족하고 자랑스러워했을까? 개의 마음을 알 도리가 없으니 그런 상상은 부질없는 일일 게다.
라이카가 처음부터 우주개로 낙점받은 건 아니었다. 다른 여러 마리의 개와 함께 우주 비행에 적합한지 여부에 대한 실험을 거치고, 우주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훈련 과정까지 마쳤다. 그런 과정 끝에 라이카가 가장 침착하고 영리하다는 판정을 받아서 최초의 우주개로 선발되었다. 라이카는 1957년 11월 3일 우주선 스푸트니크2호에 몸을 싣고 우주 공간으로 날아갔다.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우주 비행체를 다시 지구로 귀환시킬 수 없었기에 라이카는 우주에서 생을 마감해야만 하는 운명이었다. 소련의 우주과학자들은 라이카가 10일간의 생존 실험을 견디도록 한 후 자동으로 공급하는 먹이 속에 독극물을 넣어 안락사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런 계획 자체만으로도 개에게 몹쓸 짓을 한 건 분명하다. 그런데 수십 년이 지난 다음 밝혀진 바에 따르면 라이카는 비행 후 불과 5~7시간 정도 사이에 스트레스와 과열로 목숨을 잃었다. 그 후 라이카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동상까지 세웠지만, 그런 라이카보다 훈련 과정에서 탈락한 개들이 훨씬 행복하지 않았을까?
그 후에도 몇 차례에 걸쳐 우주개들이 우주로 날아갔고, 라이카의 희생 덕분에 향상된 기술력으로 우주개들을 무사히 지구로 귀환시킬 수 있었다. 1961년 6월 22일자 동아일보에 이런 내용의 기사가 나온다.
“소련 수상 흐루시쵸프는 케네디 대통령 부인에게 소련의 우주견 스트렐카가 작년 8월 우주여행에서 돌아와 몇 달 후에 분만한 생후 6개월 되는 강아지를 선물로 보내왔다. 소련 관리 3명이 20일 이 선물을 전달했는데 사진은 스트렐카 우주견의 딸 푸쉰카가 백악관에 도착한 후의 모습이다.”
기사 끝에는 푸쉰카가 여권도 가지고 있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사람처럼 여권을 가지고 소련에서 미국까지 여행을 갔다고 하니 말 그대로 상팔자를 누린 개는 푸쉰카였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