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오전 문예의전당 소강당에서 (사)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서천지회(이하 서천예총) 지회장 이취임식이 있었다.
이날 이취임식에서는 5대 서천예총 지회장에 강석화 시인이 취임했다. 강석화 시인을 지난달 31일 판교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2014년 정년퇴임을 한 후 판교면 현암리로 귀촌해 살고 있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곳이 서울 흑석동이라 하니 ‘검은 바위’와 무슨 인연이라도 있는 듯하다. 서천 군민으로 살아온지 8년, 다음 시를 보면 그는 이미 서천 사람이 다됐다.
장항 물양장에 앉아 바다와 술잔을 나누면
하굿둑을 빠져나온 강물이 바다가 되는 소리 들려온다
밤을 마셔 캄캄한 바다 비슷한 물냄새
백제 병사들이 당나라 수군에 피 흘리던
기벌포 앞바다에서만 잡힌다는 손바닥만 한 박대를
더 이상 눌릴 수 없는 납작한 몸뚱이를
초고추장 같은 어둠 사이로 노릇노릇 구우며
군산의 야경을 바라본다 몇은 희미해지고
몇은 떨어져 바다에 잠기는 붉은 불빛들
술 취한 어부의 노랫소리 밤새 들리던
가로등만 환한 물양장에 앉아
밤바다에게 다시 물어본다
별이 멀어지듯이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
저 불빛처럼 어디서 깜박이고 있는지
멀리 뱃고동처럼 누구의 이름을 부르고 있는지
기벌포 앞바다를 떠나지 못하는 작은 박대처럼
물결이 뱃전에 보채는 소리 귓전에 맴돌아
별과 불빛과 흐려지는 눈으로 자꾸만 차오르는
마지막 술잔은 끝내 비우지 못한다
출렁이며 출렁이며 강물은 부서져 바다가 된다
<장항 물양장에 앉아> 전문
장항항에 배어있는 금강 하구의 문화와 역사, 자연이 속속들이 담긴 시어들을 꺼내어 한 편의 시로 승화시켰다. 1998년 월간 <순수문학>의 추천을 받아 문단에 등단한 시집 <호리천리>(황금알, 2014)를 냈으며, 현재 충남시인협회 이사, 지난해까지 한국문인협회 서천지부장을 맡아 4년 동안 일했다.
“서천지부장을 맡아보며 회원들로 하여금 서천 지역을 소재로 한 문학작품들을 내놓는 데 주력했습니다”
그의 임기 중에 서천문인협회는 정기적으로 매년 발행하는 <서림문학> 외에 2021년 <시로 그리는 서천>, 2022년 수필 모음 <서천별곡> 등을 책으로 묶어냈다. <시로 그리는 서천>에는 63명이 참여한 132편의 시가 실려있다.
서천예총에는 문학 외에 미술협회, 사진협회, 음악협회, 국악협회, 연예인협회 등의 분과가 있다.
“이들 각 분과에 속한 회원들이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작품을 발표하는 자리를 만들어 군민들과 함께 호흡하도록 하는 것이 제 임무입니다”
그는 공모전에 적극 응모해 서천의 예술가들이 서천을 주제로 최대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