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한산모시문화제에 대한 잡설
■ 모시장터 / 한산모시문화제에 대한 잡설
  • 김윤수 칼럼위원
  • 승인 2023.06.21 21:41
  • 호수 1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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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수 칼럼위원
김윤수 칼럼위원

2023년 제 33회 한산모시문화제 참여는 지역 예술가인 월드뮤직그룹 예인스토리의 공연만 보는 것에 그쳤다. 지역 예술가들과 함께 진행하는 행사가 많지 않은데다가 문화 예술 분야에 대한 정책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서천에서 열심히 생활하고 있는 예인스토리를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예인스토리는 정통국악과 퓨전국악을 하는 팀으로서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갖추고, 세계와 전국 각지에서 공연하던 그룹인데, 타지역에서의 거주 초청도 마다하고 서천에 터를 잡았다. 그러나 아직 서천군에서는 예인스토리를 모르는 사람이 많아 아쉬웠다.

이음과 만남의 장에서 공연하던 예인스토리를 지켜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른 것은 그동안 당연시 되었던 것들에 대한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우선 서울에서 온 대중 가수들은 축제 기간 동안 매일 저녁 메인 무대에서 공연하는 한편, 지역 예술가들은 음식 냄새 나는 시끄러운 장소, 덮개 없는 무대에서 한낮의 뙤약볕을 받으며 공연을 한다는 점이다. 둘째, 얼굴이 익은 채 땀을 흘리며 공연을 한 후에 무거운 악기들을 들고서 -공연자들의 차량을 통제하는 바람에 지인들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다 들고 가지도 못했을- 셔틀 버스를 타고 임시 주차장까지 힘들게 이동한다는 점이다. 셋째, 지역예술가에 대한 배려보다 서울에서 온 대중 가수들에게 더 많은 예산을 들이면서 그들의 콘서트장을 만들어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점이다. 마치 그렇게 하는 것이 관행인 듯이 다른 지역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천편일률적인 행사를 치르는 것은 신선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지역민과 관광객들에게 호응을 받아 재방문 의도를 가지기엔 부족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서울 지역 예술가들에 결코 뒤지지 않는 지역 예술가들을 차별하는 시선을 거두어야 하며, 상대적으로 기회가 부족한 지역 예술가들을 발굴하여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함께 하는 행사를 추구하며, 기관은 지역의 문화예술을 위해 장기적인 계획으로 꾸준히 이들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한산모시문화제에 참여하지 않은 또다른 이유는 한산 모시라는 뚜렷한 주제와 정체성을 보이는 프로그램이 없어서였다. 작년에는 주민들이 모시옷을 입고 주민 패션쇼를 하였고, 전국의 젊은 다자이너들에게 모시옷을 현대적 감각으로 만들어 발표하던 창의적 경연대회도 있었다. 이런 프로그램은 유례없는 천연섬유축제인 한산 모시를 테마로 한 독창적이고 차별적인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되었으며, 참가자나 관광객들에게 인싱깊고 의미있는 경험을 선사하여 재방문할 마음을 갖게 하고, 지역민에게는 자긍심을 심어주는 풍성한 축제의 바탕이 된다.

한산 모시 짜기는 1967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고, 백제부터 1500년간 이어 온 기술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으로 2011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따라서 한산모시문화제는 세계적인 문화예술축제가 될 수 있다. 그러려면 세계의 이목을 끌만한 이벤트와 신선하고 호기심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지역특산물인 모시를 서천군의 상징으로 삼아 정체성을 살리고, 지역 예술가와 문화예술기관 등이 협업하여 군민과 관광객들에게 수준 높은 문화예술을 체험할 기회도 제공해야 한다. 서천군은 서천갯벌이 세계자연유산 목록에 등재되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의 환경과 역사. 문화예술, 전통의 계승 등을 잘 버무리고 승화시킨다면 분명 세계적인 문화예술축제가 될 것이며 서천은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거듭날 것이다.

성공적인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역민이 주인이 되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주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과 공론화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하고, 단체장의 공감대 부족으로 주민들과 소통이 되지 않는 축제는 지양되어야 한다. 축제는 과잉 의전이나 정치인들의 얼굴을 알리는 전시성 행사가 아니다. 참여자들과 관광객들을 배려하며 축제에 따른 전문 인력과 인프라 구축, 제도와 시스템의 정착을 위해 지도자들의 가치관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아울러 지역 예술가들과 지역에 대한 문화예술 정책은 서천을 다른 도시와 차별화하고 세계적인 도시로 나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최우선 사업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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