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관중管仲-태산을 파서 옮기는 노력
■ 송우영의 고전산책 / 관중管仲-태산을 파서 옮기는 노력
  • 송우영
  • 승인 2023.06.29 08:59
  • 호수 11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우영
송우영

관포지교管鮑之交의 고사로 유명한 관중管仲은 기원전 약725-645년에 활동한 사람으로 이름은 이오夷吾이며 자는 중이니 후학은 그를 일러 관자管子라 불렀다.

그는 춘추전국 시대를 관통하는 치자의 기준점이 되는 정치인으로 법가 정치의 비조라 불리며, 제나라 환공을 도와 제나라를 춘추시대의 첫 패자의 나라로 만든 발군의 재상이다. 고금의 중국 역사를 통털어 최고의 정치인으로 손꼽히기에 그 누구의 이견도 없다.

관중보다 174년 후대 사람인 공자님께서도 칭송을 아끼지 않으셨던 인물이다. 논어 헌문편 14-10문장의은 이렇게 기록한다.

혹자가 정나라 재상 자산에 대해 물으니<혹문자산或問子產> 공자님 말씀에<자왈子曰> 백성에게 은혜를 베푸는 사람이니라<혜인야惠人也>. 혹자가 또 자서에 대해 물으니<혹자서問子西> 공자님 말씀에<> 그 사람은<초나라 소왕昭王을 세워 나라를 부흥시킨 인물로 공자신公子申을 가리키는 설이 있음-임동석 논어집주 527쪽 인용> 그저 그런 인물이니라<피재피재彼哉彼哉>. 또 관중에 대해 물으니<문관중問管仲> 공자님 말씀에<> 이 사람은<인야人也> 백씨의 병읍 삼백 호를 빼앗았고<탈백씨병읍삼백奪伯氏駢邑三百> 이로 인해 백씨는 먹을 게 없어서 거친 음식으로 연명했으나<반소사飯疏食> 이가 다 빠져 죽는 날까지<몰치沒齒> 관중을 원망하는 말이 없었다<무원언無怨言>.”

여기서 탈은 주어가 명확하지 못하다. 문맥의 흐름으로 보면 관중이 맞는데 역사적으로 보면 제나라 군주 환공桓公으로 읽히기도 한다. 곧 제나라 군주 제환공이 으리으리한 기와집이 300호씩이나 되는 대부 백씨의 땅을 빼앗아 제나라를 크게 이롭게 한 재상 관중에게 선물로 주었으며 관중은 이참에 그러한 대부 백씨를 평민으로 강등을 시켜버렸다. 이로 인해 백씨를 비롯한 백씨가 속한 300호나 되는 가문은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끼니를 걱정해야하는 지경에 이를 정도로 멸문의 화를 당한다. 그럼에도 백씨는 이가 다 빠져 죽는 날까지 관중을 원망함이 없었다고 논어 헌문편은 기록한 것이다.

이런 관중이지만 아성 맹자는 다소 비판적이다. 맹자 공손추장구상 1-1문장은 이렇다. “제자 공손추가 스승 맹자께 묻는다<공손추문왈公孫丑問曰>. 선생님께서 제나라의 관직에 오르신다면<부자당로어제夫子當路於齊> 옛날의 관중이나<관중管仲> 안자와 같은 공적을<안자지공晏子之功> 다시 이룰 수 있겠습니까<가부허호可復許乎>”

이에 맹자는 마뜩찮은 표정으로 말씀하신다<맹자왈孟子曰>. “자네는 영락 제나라 사람이구나<자성제인야子誠齊人也> 관중과 안자만 알 뿐이니 말이다<지관중안자이이의知管仲晏子而已矣>.”

이 대화는 맹자의 정치철학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대목이다. 맹자의 정치철학은 귀왕천패貴王賤覇를 근본으로 삼는다. 왕도를 귀하게 여기고 패도를 천히 여기는 정치이다. 왕도정치王道政治는 주권재민主權在民으로 모든 힘은 백성에게서 나온다는 말이고, 패도정치는覇道政治는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모주석의 말처럼 무력으로서 천하를 다스린다는 말이다.

여기서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부안설을 단다면 공손추公孫丑는 공손로 읽어야 하는가 아니면 공손으로 읽어야 하는가. 설문해자<說文解字注 744>에 따르면 의 발음은 상성上聲 유운有韻으로 칙구절敕九切에 속하며 독음은 좌우 반절법이나 또는 상하 반절법으로 읽되 칙구절敕九切에서 칙의과 구의를 위, 아래 합쳐 읽으면가 된다. 그러므로 공손축이 아닌 공손추로 읽는 게 옳다는 말이다. 또 교학사 대한한사전 57쪽에 따르면 인명人名의 성씨姓氏에 붙을 때는 로 읽는다<성야姓也> 또 교학사판 장삼식 실용대옥편78쪽에는 사람일 때는 로 읽으라 한다. 또 동아한한대사전 41쪽에서는 중국의 인명 지명 등은 본음 로 읽어야 한다고 기록한다.

그렇다면 관자로 불리는 관중이 어려서 끼니도 간데없이 가난함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인데 그런 그가 어쩌다가 부와 권세를 거머쥔 천하제일의 인물이 된 걸까. 여기에는 단 하나의 이유만 존재한다. 바늘을 괭이 삼아 태산을 파서 옮기는 각고의 노력이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