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101평의 전시실, 기울어지는 문예회관
■ 기고 /101평의 전시실, 기울어지는 문예회관
  • 서천예총 회장 강석화
  • 승인 2023.07.27 08:33
  • 호수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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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화 서천예총 회장
▲강석화 서천예총 회장

겉말과 속마음이 다른 경우가 많다. 무성한 겉말에 혹하다가 전혀 다른 속마음을 알게 될 때, 그 실망감은 겪어본 사람은 다 알 것이다. 예술이 감동을 주는 이유 중에 하나는 겉말이 배제된 속마음만을 명징하게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복잡해져가는 관계망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그러므로 진정성이란 가장 보듬어야할 가치 중에 하나이다.

새로 지어질 문화예술회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근 시군에 비하여 너무나 열악했던, 이름뿐인 문예의 전당에 대한 자조와 한탄이 깊었던 만큼, 신축 회관에 대한 갈망과 기대가 컸던 만큼, 실체를 접한 예술인들의 실망이 한계에 이르고 있다. 그 이유는 문화예술회관이란 이름에 비해 알맹이는 한쪽으로 매우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현대 예술의 표현방식은 장르에 따라 크게 공연과 전시로 양분된다. 그러나 설계도에 의하면, 기계실과 화장실, 사무공간 등의 공용면적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의 89%가 모두 공연시설로 채워져 있다. 101평의 전시공간을 제외하면, 공연을 위한, 공연에 의한, 극장건물로 설계되어있다.

문화예술회관은 이름 그대로 문화+예술+회관이라는 점에서 공연 위주의 아트센터나 전시 위주의 아트홀과 다르다. 작품의 발표 공간과 예술인의 활동 공간이 어우러져야 한다. 음악 장르는 공연장이 필요하며, 미술과 사진 등 시각예술은 전시실이 필요하다. 예술단체의 사무공간과 함께 무용, 합창, 오케스트라 등 상시 연습이 필요한 집단예술을 위한 전용 연습실이 있어야 한다. , 문예회관은 공연장전시실, 사무실 및 연습실 등의 3요소를 적정 규모로 갖춘 복합공간이어야 한다.

수장고를 포함해서 101평의 전시실이라면 소규모 개인전에 적당한 규모이다. 작품 50점 내외를 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3층 꼭대기라서 조각 작품이라도 전시하려면 운반도 만만치 않겠다. 더구나 최근의 전시회는 각종 교류전이 주류를 이룬다. 전시작품 수가 100점이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대공연장과 소공연장을 866석 규모의 2~3층으로 지으면서 전시공간은 3층 구석에 겨우 101평을 배정한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심각한 불균형이 아닐 수 없다. 다른 지역처럼 대전시실과 소전시실을 갖추는 것까지는 무리한 꿈이겠지만, 이대로라면 회화와 서예, 조각, 사진 및 설치예술은 지금의 정체기를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어지간한 작품전은 포기한 채 잔뜩 기대하던 미술가와 사진작가들은 지금 절망하고 있다.

다행히도 최근에 신축 문예회관 설계에 대한 문화예술인과의 간담회가 군청에서 열렸다. 그러나 앞서 거론한 바와 같이 공간적인 측면에서 공연장만이 신축 회관다웠을 뿐, 전시실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연습실은 아예 없어지게 되었다. 이런 문제점에 대해 의견을 말했으나, 여러 사유와 예산부족으로 구조적인 설계변경은 매우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근사한 공연장 2곳이 생긴다는 것은 물론 멋진 일이다. 지금까지는 불가능했던 오페라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공연 애호가들은 찬사를 보낼 것이다. 그러나 기왕에 있는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지으려는 문예회관이 전보다 기능적으로 결함이 있는 구조물이 된다면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라 할 것이다.

제대로 된 전시실의 필요성을 십여 년 전부터 외쳐왔던 미술가와 사진작가 등은 큰 실망에 잠겨 있다. 연습실을 잃게 된 무용단이나 합창단,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집시처럼 이곳저곳으로 장비를 들고 떠돌아다녀야할 지도 모른다. 역시 예술은 눈물 젖은 빵을 먹어야 하는 것이라고 자학하면서......

그러나 낙담하기는 이르다. 아직은 삽을 뜨기 전이므로 타당한 이유가 있다먼 개선될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지금의 설계도를 만들기까지 고생이 많았겠지만 새로운 문예회관에 무엇을 어떻게 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부터 다시 돌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 문화예술회관이라 불리지만 실제로는 공연장에 불과한 건물을 짓고 나면 두고두고 문제가 될 수 있다. 여러 예술인들이 즐거이 깃들 수 있는, 명실상부한 문예회관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이대로 놓칠 것인가? 장마는 그쳐가는데 마음의 침수는 깊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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