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졸업학력 검정고시 전국 최고령 합격자 김순옥씨
고등학교졸업학력 검정고시 전국 최고령 합격자 김순옥씨
  • 허정균 기자
  • 승인 2023.09.07 14:29
  • 호수 11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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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2세 “몸만 건강하면 대학에도 갈 것”
▲고등학교졸업학력 검정고시에 합격한 82세의 김순옥 할머니
▲고등학교졸업학력 검정고시에 합격한
82세의 김순옥 할머니

지난 1일 전국 각 시·도 교육청은 지난 810일에 시행한 2023년 제2회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 합격자를 발표했다. 합격자 가운데 서천읍 오석리에 사는 김순옥 씨가 전국에서 최고령자로 고등학교 졸업학력 시험에 합격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1942년생 말띠로 올해 82세이다. 5일 그동안 공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오석리 자택을 방문했다.

아이고 넘부끄러서 워쩐대유!”

남들에게 알리기 부끄럽다고 하셨지만 그동안 어려움 속에서 공부해온 이야기를 상세히 들려주셨다.

마산면 이사리에서 그는 딸 셋 아들 넷 7남매의 둘째 딸로 태어났다. 그의 할아버지는 동네에서 서당 훈장을 하셔서 어려서부터 글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다 한다. 네 살 위인 언니는 형편이 어려워 2년 다니다 학교를 그만 두었다 한다. 대부분의 여자 아이들은 학교를 가지 못하던 시절 그 언니가 학교를 갈 수 있도록 이끌었다.

지금 취학통지서가 나왔으니 너 학교에 가고 싶으면 아버지한테 가서 취학통지서를 달라고 해라
아버지가 두엄을 지게에 지고 밭으로 가시는데 따라가 취학통지서 나왔으니 학교에 보내달라고 하자 아버지가 승낙하고 학교에 보내주셨다고 한다.

이사리에 분교가 있는데 교실도 한 칸 밖에 없었어. 변소가 주욱 있는데 짚으로 이엉을 엮어 지붕을 했는데 아이들에게 이엉을 가져오라고 했지. 돈이 없어서 월사금을 제대로 못내 남아서 청소도 해야 했어. 가을에 추수하면 나락 1말을 학교에 갖다 냈는데 어머니가 몰래 이를 마련해주셨지.”

소녀는 고학년이 되면서 기산초등학교를 다니다. 너무 멀어 마산초등학교로 전학을 했다.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한산중학교 시험치는 꿈을 해마다 꾸었지.”

가정 형편상 더 이상 진학의 꿈은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의 여동생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동강중학교에 들어간 것을 보면 아버지의 자식 교육열은 매우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아래로 아들 넷도 모두 고등교육을 시켰을 뿐만 아니라 동생 둘도 학교에 보냈다 한다.

▲수학 과목 교재
▲수학 과목 교재

서천읍 오석리로 이사와 여태까지 농사짓는 남편과 함께 일만 하며 살아왔다. 그동안 딸 둘 아들 둘을 모두 대학까지 가르쳤다.

나이 70이 되어 그는 한시도 잊은 적 없는 공부의 꿈을 펼치게 됐다. ‘늘푸른배움터를 만난 것이다. 서천군자원봉사센터 부설 늘푸른배움터는 20044월 중등과정을 개설하며 처음 입학식을 열고 문을 열었다.
김순옥 할머니는 2010년에 이 학교에 입학했다. 지금도 늘푸른배움터에서 중등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강기원씨(얼굴있는먹거리 대표)는 당시를 기억했다.
그 할머니는 다른 분들과 달랐어요. 수학을 잘 했고 수업 시작하면 공책 첫머리에 한자로 그날 날짜와 요일을 반드시 적던 일이 기억나요.”

이듬해 중학교 과정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졸업식 때 축하해주러 온 남편은 고등학교 과정 합격하면 돼지를 잡고 잔치를 열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국어 과목 교재
▲국어 과목 교재

그러나 남편이 몸져 누우면서 학업을 계속할 수 없게 됐다. 10여년 동안 남편 병석 뒷바라지에 매달려야 했다. 그 사이에 나이 나이는 훌쩍 80을 넘겼다.

남편이 돌아가시자 김순옥 할머니는 작년에 늘푸른배움터 고등과정에 입학했으며 지난 4월 검정고시에 응시해 5과목에 합격했다. 국어, 영어, 수학만 남게 됐다. 고등과정에 국어선생님이 안계셔서 국어 공부를 하지 못해 국어과목은 28점을 맞았다 한다. 그 뒤로 현 서천초등학교 교장인 신영권 선생님이 국어를 가르치면서 실력을 쌓아 이번 시험에 국, , 수 세 과목 마저 다 합격하며 전국 최고령의 기록을 세운 것이다.

강기원 수학교사는 초등과정, 중등 과정에서는 80대 합격자를 간혹 보았는데 80대에 고등학교과정 합격자는 이번에 처음 본다고 말했다.
늘푸른배움터에서 고등과정은 9시 넘어서 끝나는데 840분이면 버스가 끊겨 신영권 선생님이 자주 집에 모셔다드렸다고 한다.

공부하시던 책 좀 보여달라고 청했다. 광에 가시더니 문제집, 교재 등을 한 보따리 가지고 나오셨다.

▲동영상 강의 교재
▲동영상 강의 교재

넘들 오면 볼까봐 공부 하다가도 얼른 보따리에 싸서 광에다 갖다가 감춘다고 했다.

우리 애들에게도 내보이기 챙피혀1”

수학문제집을 보니 2차함수의 그래프가 그려져 있고 국어 문제집에는 우리 고문으로 쓰인 문장이 나와 있다.

인터넷을 들어가보면 고등학교 과정 강의하는 유투브가 있어. 참 잘 가르치고 재미도 있는데 문답을 못혀서 아쉬워.”

궁금한 점을 질문을 할 수 없으니 답답하다는 것이다.
수학기호 같은 작은 글씨도 읽을 수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확대해서 보면 다 보여

▲동영상 강의 청취용 노트북 컴퓨터
▲동영상 강의 청취용 노트북 컴퓨터

순자 대략편에 이런 글이 있다. 하루는 자공이 공자님께 말한다. “선생님 저는 공부에 너무 지쳐서 이제는 좀 쉬고 <돈을 더 많이 벌고자 합니다> 그러자 공자님 말씀에 저 무덤을 봐라, 죽으면 저절로 쉬게 되느니라.<망기광望其壙>”(출처:송우영의 고전산책)

살아 있을 때 공부하라는 가르침이다. 김순옥 할머니의 경우 어려서 중단했던 공부를 70이 넘어서야 다시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공부 그 자체가 재미있다고 하신다.

내년에 대학교에 갈 생각이 있으시냐고 물었다.
공부를 하는 것도 몸이 받쳐주어야 해, 몸이 안좋으면 공부하고 싶은 의욕이 안생겨.”

몸만 건강하다면 대학에 갈 것 것이라고 주위 사람들에게 말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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