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인 기상이변은 기후변화의 결과물이지만, 기후변화라는 표현만으로는 그 심각성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기후위기’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오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는 역사상 가장 더운 달로 기록된 올 7월을 잔인한 여름으로 규정하고, ‘지구 온난화(global warmning)’가 아닌 ‘지구 열탕화(global boiling)’의 시대로 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구 열탕화는 그동안 배출해왔고 지금도 배출하고 있는 온실가스가 주범이다. 특히 2022년 이산화탄소농도가 417ppm으로 최고치를 갱신하면서 지구평균온도는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즉시 탄소배출을 줄이거나 대기 중 누적된 탄소를 흡수(제거)하는 방식 즉, 탄소 중립을 이루어야 한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는 등 정부, 기업, 지자체, 시민, 개인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반면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자연의 흡수원의 전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자연의 탄소 흡수원으로서 숲, 초지, 농경지 등 육상 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를 ‘그린카본’이라고 한다. 해조류, 염생식물, 갯벌과 염습지 등 해양 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는 ‘블루카본’이라고 한다. 국제탄소기구(Global Carbon Project)의 보고서에 따르면 ‘블루카본’은 ‘그린카본’보다 탄소를 50배 더 빨리 흡수하며 5배 더 많이 저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탄소중립 달성에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블루카본(Blue Carbon: the role of healthy oceans in binding carbon)’보고서는 맹그로브 숲이나 염습지 및 해초지와 같은 해안 서식지는 열대우림처럼 생물 다양성이 높다. 그래서 대규모 탄소 흡수원으로서 중요한 기능을 갖는다. 그러나 해안 서식지가 열대우림보다 4배나 빠르게 감소하고 있으며 그 감소 속도 또한 가속화되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열대우림과 관련된 가치와 위협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만, 해안 서식지는 물에 잠겨 있거나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주목하기 쉽지 않다. 또한 해안 서식지의 상태와 가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블루카본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이를 확대하기 위해 곳곳에서 노력하고 있다는 보도를 접했다. 전남 순천만은 한때 새우 양식장으로 사용되었다 버려진 폐염전 부지를 갯벌로 복원한 사례가 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경우 쓰레기로 뒤덮여 아무것도 살지 않던 바닷속에 거머리말을 심어 해초지로 복원한 사례도 있다.
서천군은 2026년까지 '블루카본 실증지원센터'를 건립한다니 탄소중립을 위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가 된다. 서천갯벌은 물새의 중요 서식지로 202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만큼 ‘블루카본’으로서의 갯벌의 잠재력이 크다. 매년 약 110여 종의 약 90만 마리의 철새들이 서천을 찾는 이유는 조개류, 갯지렁이류, 게 등 먹이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형저서무척추동물이 많은 이유는 갯벌에 염양염류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또한 개리나 큰고니처럼 겨울 철새들의 먹이원인 새섬매자기 군락지가 잘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들의 상호연결된 관계를 좀 더 들여다보면, 갯벌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각 개체들은 모두 탄소를 고정하거나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블루카본은 기후위기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블루카본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해안 서식지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기후변화 교육으로서 ‘블루카본’ 교육이 잘 만들어지고 보급되어야 할 것이다. 갯벌 체험이 재미를 위한 생물 캐기가 아니라, 기후 문제와 관련된 생물의 가치를 탐구할 수 있도록 안내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서천군민이라면 누구나 접할 수 있도록 연령과 대상에 맞는 프로그램이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블루카본의 효과를 보다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한 연구와 보호 노력도 활발히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서천지역의 생물상 및 서식환경을 파악하여 적절한 블루카본 대상지를 선정하고, 탄소 흡수 능력 및 종류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폐염전을 활용한 갯벌 복원 또는 해양쓰레기나 침식을 막아 염습지 조성 및 갯벌 보호 등의 노력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