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그 미술관에 가고 싶다
■ 모시장터 / 그 미술관에 가고 싶다
  • 김윤수 칼럼위원
  • 승인 2023.10.13 11:00
  • 호수 11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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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수 칼럼위원
김윤수 칼럼위원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은 전시 미술품보다 미술관이 더 유명하다. 파리의 루브르, 런던의 테이트 모던에 이어 세 번째로 방문객이 많은 미술관이다. 쇠퇴해가던 바스크 지방의 공업도시 빌바오를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만든 것은 조선 철강산업의 쇠퇴로 위기를 맞은 빌바오시의 도시재생에 대한 의지와 미술재단 구겐하임과 독특한 디자인과 이슈를 만들어내는 프랭크 게리와의 만남에서부터였다. 7년 동안 미술관을 완성해가면서 예산의 1,400%에 달하는 건축비용이 들었지만, 한 해 100만 명이 넘게 찾아오는 문화관광도시가 되었다. 20세기 건축의 아방가르드라고 불리는 독특한 미술관의 조형은 그 자체가 예술 작품으로 그 규모가 24000 평방미터의 건축면적에 11000 평방미터의 전시공간을 갖추고 있다. 미술관은 도시 주변의 구조물과 조화를 이루어 문화예술지구가 되었으며 주야간의 경관이 다 아름답다.

대구광역시 달서구에는 독특한 건물이 하나 서 있다.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합수 지점에 강과 물, 자연을 모티브로 한 디 아크(The ARC)’가 있다. ‘디 아크‘Artistry of River Culture'의 약자다. 하늘을 날아갈 것만 같은 깃털, 물방울, 물고기, 아기 요람, 혹은 유선형의 거대한 UFO을 떠올리게 하는 건축물의 외형은 멀리에서도 한눈에 띈다. 주간 뿐만 아니라 야간에도 주변의 조형물들과 함께 빛을 발하는 건축물이자 예술품은 세계적인 건축설계가인 하니 라시드의 작품이다. ’디 아크는 지하 1, 지상 3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상설전시실과 세미나실, 다목적실, 전망대와 카페테리아가 있다. 건축물의 외형 뿐만 아니라 나에게 더 인상깊은 것은 광장의 잔디나 강을 바라보는 주변 잔디밭에서 작은 텐트를 줄지어 쳐 놓고 여유를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이었다. 외국인들도 많이 찾아오는 디 아크를 보면서 아름다운 건축물과 조형물, 무료로 제공되는 공원 이용은 대구광역시의 또다른 명물로 자리잡은 것 같았다.

경북 경산시에는 삼성현 역사문화공원이 있다. 경산에서 탄생한 세 분의 성현(원효·설총·일연)의 정신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조성한 공원이다. 전시·교육·체험·자료조사·연구 등을 목적으로 하는 삼성현역사문화관과 공원부지 내에 있는 국궁장, 레일 썰매장, VR 체험관 등 공공부문 일체의 시설물들이 갖춰져 있다. 가족들이 나들이 하기 좋은 장소로, 넓은 공원 부지에는 잔디가 깔려있어 텐트를 치거나 쉴 수 있는 장소가 따로 있으며, 누구든지 사용할 수 있는 무료 평상형 텐트가 예쁘게 줄지어 놓여 있었다. 놀이터는 물론이고 공원 주변에는 소나무 산책로 등 자연 경관을 아름답게 꾸며 두어서 방문한 이들에게 힐링의 장소가 되어주었다. 공원 주변에는 카페 등 편의 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어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장소가 되었다. 문화관은 자동 매표를 해야 하지만, 드넓은 부지의 공원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가는 곳곳마다 방문한 시민들의 편의를 배려하는 듯해서 편안하게 휴식하고 가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시민들을 위해 잘 정비한 국내의 미술관과 공원을 돌아보면서 살기 좋은 대한민국의 위상을 새삼 느꼈다. 동시에 국민을 위한 정책, 도시를 위한 정책은 이런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연 환경과 위배되지 않고도 군민들의 생활을 한층 더 여유있고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미술관과 공원 조성, 고단하고 힘든 삶을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는 문화예술 정책, 격조 있는 예술 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 즐거움을 누리기가 지방도시에서는 불가능할까. 강원도 원주시의 뮤지엄 산은 국내의 미술관 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일 것 같다. 최근 인기있는 강원도 영월군의 젊은달Y파크도 마찬가지이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아름다운 영암군 군서면 구림마을에도 멋진 미술관이 두 개나 있다.

서천군은 아직 내로라할 만한 미술관이 없다. 서천군에는 실력있고 훌륭한 작가들이 많다.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보존하고 전시할 만한 넓은 공간이 없다는 것은 어쩌면 부끄러운 일이다. 멋진 건축물에 다양한 내외부 작가들의 작품들을 관람하고, 잘 가꾸어진 미술관 공원에서 마음껏 휴식을 취할 수 있다면 미술관 하나로도 관광 명소가 되겠다. 매일 그곳에 가고 싶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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