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그릇은 작으나 반드시 필요한 사람
■ 송우영의 고전산책 / 그릇은 작으나 반드시 필요한 사람
  • 뉴스서천
  • 승인 2023.11.02 10:50
  • 호수 1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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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영/서천서당 훈장
송우영/서천서당 훈장

논어 공야장5-8문장에 공자님께서 제자를 콕 집어 비교하는 장면이 나온다. 옮겨쓰면 이렇다. 공자님께서 제자 자공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자위자공왈子謂子貢曰> “너와 안회를 비교한다면<여여회야女與回也> 누가 나을까?<숙유孰愈>”

그러자 자공이 말한다.<대왈對曰> “제가 어찌 안회를 쳐다볼 수나 있겠습니까?<사야하감망회賜也何敢望回> 안회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아차리지만<회야문일이지십回也聞一以知十> 저는 하나를 들으면 둘을 알 정도입니다.<사야문일이지이賜也聞一以知二>”

자공의 답변을 들으신 공자님은 말씀하신다.<자왈子曰> “안회만 못하다.<불여야弗如也> 너와 나는<오여여吾與女> 안회만 못하다<불여야弗如也>”

안회와 자공은 공자님의 제자들이다. 굳이 서열을 따진다면 논어 선진편11-2문장 공문10철 사과에서 이렇게 기록한다. 안회는 덕이 가장 높은 제자요 자공은 언변이 좋고 재리에 능한 제자다. 여타의 전하는 기록들에 따르면 공자님의 제자가 삼천 명에 이르고 육예에 통달하여 그 이름이 후세에까지 남긴 제자들이 72명이나 되며 그중에 또 뛰어난 군계일학의 제자들이 공문십철사과에 이른다 했다. 그 정점에 이른 제자가 안회와 자공인 것이다. 더욱이 공자님께서는 자공을 제자로 둔 뒤부터는 평생을 돈에 관해 걱정을 아니하셨다 한다. 그 정도로 자공은 돈에 있어서 나라를 몇 개 사고도 남을 정도로 거부였다. 이런 자공을 일러 당시 정치인들의 생각은 스승 공자님보다 제자인 자공을 더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논어 자장편19-23문장은 이렇다.

노나라 대부 숙손씨 무숙이 조정에서 대부들에게 이렇게 말한다.<숙손무숙어대부어조왈叔孫武叔語大夫於朝曰> 제자 자공이 스승 공자보다 현자다<자공현어중니子貢賢於仲尼> 또 논어자장편19-25문장은 이렇다. 진자금이 자공에게 이렇게 말한다.<진자금위자공왈陳子禽謂子貢曰> 자공께서 공손하셔서 그렇지<자위공야子爲恭也> 스승이신 중니 공자가 어찌 자공보다 현자이겠습니까?<중니기현어자호仲尼豈賢於子乎>”

말도 안 될 것 같은 소리임에 분명하나 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논어에는 분명하게 기록을 하고 있다. 사실 공자님께서 제자 안회와 자공을 비교하려고 비교한 것은 아니었다. 자공이 부자면 부자답게 조용히 스승 공자님을 따르면 될 것을, 자공은 아직 공부가 영글지를 못했던 탓에, 자공은 매사를 누군가를 비교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다녔다. 논어 헌문편 14-31문장은 이렇게 기록한다. “자공이 사람들을 비교하니<자공방인子貢方人> 공자님 말씀에<자왈子曰> 자공아 너는 똑똑하냐<사야현호재賜也賢乎哉> 무릇 나라면 그럴 틈이 없으리라<부아즉불가夫我則不暇>”

이 말을 새김해서 들어본다면 나는 나를 닦아 수신하느라 남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평가할 겨를이 없다는 말이다. 인평人評이라 하여 한나라 무제 때에는 별도의 과목을 두어 사람을 평가하곤 했다고도 한다. 설문해자를 엮은 허신許愼에 대한 인물평이 그 한 예다. ‘경학무쌍허숙중經學無雙許叔重이라 했다. 풀어쓰면 경학에서 비교할 자가 없는 허숙중이라는 말이다. 여기서 숙중은 허신의 자.

그렇다면 공자님께서는 자공을 비교함에 있어서 안회를 콕 집어 비교했을까. 이는 자공의 이재利財와 안회의 낙도樂道를 견줌으로 가진 게 많다 하여 우쭐하지 말라는 경책 아닐까. 논어선진편11-18문장은 이렇게 기록한다. “공자님 말씀에<자왈子曰> 안회는 도에 가까워<회야기서호回也其庶乎> 먹을 것이 자주 떨어졌다.<루공屢空> 자공은 천명을 받아들이지 않고<사불수명賜不受命> 재물을 잘 늘려 가면서도<이화식언而貨殖焉> 추측하는 대로 자주 적중하였다.<억측루중億則屢中>”

이 말의 속뜻은 자공으로 하여금 반성하라는 말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재리財利가 덕을 앞서면 술수가 된다는 것에 대한 경고일 수도 있다. 공부하는 데 있어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술수가 덕보다 앞서는 일이다. 일찍이 스승 공자님은 제자 자공을 호련瑚璉이라 평한 바 있으시다.<논어공야장5-3문장> 호련은 큰 그릇이 아니다. 작지만 기장과 피를 담아 바치는 종묘 제사에서는 반드시 있어야 할 소중한 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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