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 축하해 주고 욕먹고
■ 기고 / 축하해 주고 욕먹고
  • 문영 작가
  • 승인 2023.11.09 02:59
  • 호수 1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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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 작가
문영 작가

가을은 참 좋은 계절이다. 사람들은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끊겼던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루어두었던 결혼식을 이 가을에 올리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들은 많은 사람의 축하를 받으며 결혼식을 하고 싶을 것이다.

사람들은 축하할 일은 같이 기뻐하고 슬퍼할 일도 같이 슬퍼한다. 예전에는 정을 표하는 정도의 소소한 물품이나 금전을 주고받았다. 가난하던 시절에 큰일 치르느라 힘들 것을 생각해서 조금씩 돕는 의미였다.

경제 사정이 좋아진 지금은 제법 부담되는 금액을 주고받는다. 부의금 중에서 조의금은 축의금과 성격이 달라 뒷말이 없다. 축의금은 받는 자는 손님 맞을 준비에 많은 돈을 들이기 때문에 감정이 실리게 된다. 축의금을 낸 돈만큼만 주고받는다면 별문제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돈의 가치는 하락하고 물가는 지속적으로 오르는 인플레이션 경제 상황에서는 자연히 신경 쓰이게 되어있다. 받은 돈 보다 더 내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며칠 전 뉴스에서 전해들은 이야기다. 5년 전에 퇴직한 전 직장 동료에게서 모바일 청첩장을 받은 사람이 있다. 소식도 없던 관계였다. 청첩장에 계좌번호가 써 있는 것은 물론 자신은 축의금을 5만 원 냈다고 것과 네 이름을 꼭 기억하겠다는 부기까지 있었다. 누가 봐도 5만 원 이상을 되돌려 달라는 협박으로 보인다.

축의금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코로나 펜데믹 이전에 주고받던 5만 원가량의 축의금으로는 식대도 안 된다는 말이 공공연하다. 축의금으로 얼마가 적당한가를 물었는데 5만 원은 식대도 안되고 7만 원에서 10만 원이 적당하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축의금이 노동자의 하루 기초임금 전액과 비슷해졌다.

직장 동료의 경조사에 축의금을 냈는데 그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거나 퇴직을 하는 경우는 받으려니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특별한 인연이 있어서 자주 만나는 사이라면 또 모르는 일이다. 1년 동안 전화 한 번 안 하는 사이에 청첩장을 보내는 것은, 축의금을 갚으러 오라는 통보다. 이 얼마나 낯뜨거운 일인가. 우리 자식, 또는 본인이 결혼하는지 재혼하는지 관심도 없을 사람에게 말이다.

냈으니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받았으니 갚아야 한다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할 일이다. 청첩을 하는 사람의 의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어쩌다 보거나 내 자식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돈을 받아야 자신(자식)의 결혼식이 빛나고 살림에 보탬이 된다고 생각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이혼이 잦은 요즘 같은 세태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친밀하거나 친족이 아니면 축의금 내는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 전에 받은 일이 있는 경우는 자신이 받은 금액만큼만 모바일로 갚으면 된다. 이자까지 붙여주겠다면 말릴 수 없지만.

서로 어울려 사는 세상이라는 이도 있다. 인간관계가 단절된다며 그러면 안 된다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니저러니 뒷말이 오갈 관계라면 그 인간관계는 애초부터 이어가지 말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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