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계묘년 검은 토끼해는 모든 게 힘들었다.
1년 동안은 거의 정치뉴스를 보지 않았다. 내가 사는 작은 동네에서도 흙탕물 속에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 했다.
토끼는 작고 유약하며 수줍은 동물이다. 그러나 속담이나 설화 등에서는 영리한 지략의 상징으로 등장하곤 한다. ‘수궁가’의 구토설화에서 토끼의 간을 구하러 온 별주부 자라로부터 위기를 벗어난 토끼의 기지를 나타낸 유명한 설화가 있다.
또한 ‘교토삼굴狡兔三窟’이란 토끼의 지혜가 있다. “교활한 토끼는 세 개의 굴을 파놓는다.”라는 뜻이다. 재난이 닥쳤을 때 위기를 피하고 대처하기 위해 플랜 A,B,C를 마련해 둔다는 의미로 요즘 식으로 표현한다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 ‘리스크 헷징risk hedging’이란 의미도 된다고 한다.
2023년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경제적, 국제정치적 위기로 봤을 때 ‘교토삼굴’의 지혜를 발휘할 줄 알았다. 그런데 너무 많은 땅굴을 파놓아 본인도 어디가 제대로 가야 될 굴인지를 모르게 되어버린 형국으로 현재 한국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정치와 기득권 그리고 그들의 패거리들이 국민들에게 너무나 큰 상처를 안겨 주고 있다.
영끌족의 젊은이들은 영혼까지 끌어 모아 사놓은 아파트의 대출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해 빚더미에 깔려 있다.
35세 청년들이 희망퇴직을 하고 있다. 청년들이 결혼을 하지 않고, 신혼부부들은 아이를 출산하지 않고 있다. 외신들도 한국의 청년과 아이 출산율을 이슈거리로 글머리를 잡고 있다. 국내의 정치는 청년들을 내팽개치고, 고령화된 마을만, 그리고 고령자들에게만 투자를 하고 있다. 2024년에는 노인 일자리가 두 배로 늘어나고 만원씩 돈을 더 주겠다 하니 부자들까지, 심지어는 65세의 젊은이들도 일자리에 뛰어든다고 한다.
참으로 허망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칠, 팔십년대 돈 봉투가 난립하던 선거운동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서민들은 힘들게 버티고 있는데 정치는 막장쇼를 하고 있다.
서천 군민들은 온 동네가 토건족과 건설족들에게 시달리고 있다. 적합하지도 않은 위치에 심심하면 허가서류를 집어넣고 동네 사람들과 허구헌날 분쟁을 일삼고 있다.
어떤 동네는 업자가 산꼭대기에 편법으로 허가를 받아 올 여름 비에 산사태까지 발생했는데도 복구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적합조건이 되지 않는 토건, 건설족들의 행보는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저 마을에서 이 마을로 옮겨 다니고 있다. 힘없는 노인들만 사는 동네만 골라 주민 이간질을 일삼고 다니고 있다.
노인들만 사는 동네는 매일 동네 방송하고, 회관에서 비상대책 회의하며 집회에 몰두하곤 한다. 참으로 비참한 현실이다.
한국의 정치현실이 토건족들의 행보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고향을 팔고, 돈으로 자기편을 만들고, 돈과 권력만 잡으면 된다는 식이다.
과거의 성공했던 방법들이 현재에도 먹히고 있다고 생각하는 꼴이란 가관인데도 그런데도 그들의 방법이 먹히고 있으니 누굴 원망하랴.
세계는 참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격변하는 시대에 가장 위험한 것은 격변 자체가 아니라 지난 사고 방식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세계적 경영사상가인 ‘피터 드리커’가 말했다.
이러한 시대에 가장 위험한 일은 과거에 큰 성공을 거뒀지만 그 성공의 공식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과거의 그들의 성공이 단죄를 받지 않고, 그들 만의 성공이 잘못된 모범답안으로 변질되어 그들의 공화국만을 만들며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정치를 하며 하루 세끼 밥은 꼭 챙겨먹으며 자기 배만 불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