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양곡관리법 개정하라!
■ 모시장터 / 양곡관리법 개정하라!
  • 최용혁 캄럼위원
  • 승인 2023.12.28 03:35
  • 호수 11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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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혁 캄럼위원
최용혁 캄럼위원

여전히 20년 전 월급으로 사시겠습니까? 하는 울분을 작년, 아니면 재작년 이 지면에 똑같이 썼다. 진실은 20년을 30년으로 바꿔도 변하지 않는다. 재작년에는 세종시 정부청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등 곳곳에 볏가마를 적재했고, 작년에는 칠팔월 멀쩡한 날에 논을 갈아엎었다. 또 그 전 해에는 볏값이 어때서 무슨 일이 있었고 또 그 전 해에는 어땠고 하는 서사가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추수 이후 농민들을 허탈하고 화나게 했다. ‘쌀값은 농민값이라고 밤낮으로 부르짖지만 한 번도 농민이 주인답게 참여하는 가격 협상을 해본 경험 없이 정부와 시장의 협잡에 해마다 휘둘려왔다.

정부는 쌀이 남든 모자라든 해마다 408천톤의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한다. 재협상을 하려는 의지는 전혀 없어 보인다. 농업 정책, 농산물 가격 대책의 실제 내용은 물가 대책, 수입 농산물 활용 대책에 다름 아니다. 농협은 또 어떤가? 쌀 생산량의 60% 가까이 매입하는 농협은 쌀 유통 당사자이며 정부 정책을 주도해야 할 역할은 망각하고 남 탓하기에만 여념이 없다. 자본시장과 국가 권력에 종속되어 농민의 자주적 조직이라는 협동조합의 본분을 잊고 지낸 지 오래다. 농민들에게 해마다 똑같은 변명을 하지만 어떤 농민도 NH 농협이 농민을 대변하기 위해 정부와 시장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농업의 주체가 농민들의 이해를 대변하지 못하는 여러 원인 중 하나는 농업 관련 법적 제도적 정비가 제대로 합의되고 정비되지 못한데 있다. 특히 농민들이 가장 민감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쌀 문제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국가수매제 폐지 이후 제대로 된 양곡정책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농민들의 염원인 양곡관리법을 거부권 1호로 화답했다. 쌀 생산비가 80kg 26만원이라는 농민들의 주장에 대한 논의는 둘째 치고, 박근혜 정부가 제시한 목표가격보다도 못한 “2023년 쌀값 20만원은 맞춰보겠습니다.” 하는 기가 찰 약속조차도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작년에는 통계조사 이후 전년대비 최대로 폭락한 쌀값을 기록하더니, 10, 11월에는 역대 최단기, 최대폭으로 쌀값이 하락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지난 4월 양곡관리법을 대통령 1호 거부권으로 묵사발낸 윤석열 정권에 분명한 책임이 있다.

매년 계속되는 쌀값 정책과 쌀시장에 대한 불만을 제발 좀 끝내야 한다. 이에 농민들은 심사숙고하여 다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만들어 내었고 지난 20일 국회를 통해 발의하였다. 생산비와 농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공정가격보장, 쌀 자급률 100%, 공공비축미 성격 재정립, 국내 생산량에 따른 수입 중단 및 조정 등 국가의 책임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구적 문제인 기후위기, 식량위기에 대비하여 국민의 주식인 쌀을 안정적으로 생산 공급하기 위해서는 쌀을 시장에만 맡길 수 없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국가가 나서야 한다. 다른 어떤 국가 과제보다 먼저 식량 주권을 통해 기후위기, 식량위기를 대비해야 한다. 해마다 거듭되는 쌀값 논란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그 출발점으로 농민이 제출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처리 여부를 모두 함께 주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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