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갑진년(甲辰年)은 ‘푸른 용의 해’이다. 용은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상상의 동물이지만, 옛이야기 속에서 신비한 이미지로 생생하게 살아 있다. 여의주를 물고,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날며, 불을 뿜고, 바람을 일으키기도 하는 능력을 가진 신비한 동물이다. 또한 조선시대에 임금의 옷과 관에 새겨진 용은 왕권의 상징을 나타내기도 했고, 민화나 설화 등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며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해 왔다.
별주부전에서는 토끼의 간이 절실히 필요했던 용왕님으로, 심청전에서는 공양미 삼백 석에 인당수로 몸을 던진 심청이를 구해준 용왕님으로, 구운몽에서는 육관대사의 애제자인 성진에게 거나한 술상을 차려준 용왕으로 등장한다. 이 이야기들처럼 용은 다양한 이야기에서 신령스러운 존재로 나타나며, 물속에서 바다를 다스리는 존재로 묘사되기도 한다. 용이 바다를 관장한다면 청룡은 하늘을 관장하는 존재로서, 용이 도를 깨우치자 비늘이 파란색으로 변하여 ‘청룡’이 되었다는 전설로 전해지기도 한다. 청룡은 높은 수준의 깨달음을 얻게 되면 나타나는 존재로, 그 존재 이상의 신비로움을 내포하고 있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으로, 중국 전통 설화에 따르면 청룡은 하늘을 지키는 4신 중 하나라는 것이다. 동쪽은 청룡, 서쪽은 백호, 남쪽은 주작, 북쪽은 현무로 각각의 방향을 수호하며, 계절을 주관하고 색과 오행을 상징하는 중요한 신들로 여겨졌다.
4방위의 수호신 중 하나로 하늘을 관장하는 ‘청룡’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첫째, 동쪽의 수호신으로서 봄을 주관하고 청색을 상징한다. 즉, 동쪽에서 해가 뜨듯이 계절의 시작인 봄을 주관하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푸르른 싹을 틔우듯이 청색을 상징하기도 한다. 둘째, ‘청룡’의 속성은 나무이다. 즉, 나무의 본성인 생명의 탄생을 다스리고 비와 구름, 바람과 같은 날씨와 기후를 조절한다고 한다. 생명의 원천인 나무는 봄의 시작과 함께 싹을 틔우고 자연의 생명력을 일깨우는 중요한 요소로 존재한다. 셋째, ‘청룡’은 사람으로서 지켜야 하는 법도를 가리키는 오행 중 ‘인(仁)’을 가리킨다. ‘청룡’은 사람 간의 상호작용에서 나타나는 ‘인(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청룡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봄의 시작과 생명의 탄생을 통해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살아가는 법을 상기시킨다. 오랜 시간 동안 우리는 자연의 속성을 거스르며 생명을 대해오고 환경을 이용해 왔다. 그 결과로 생물다양성은 감소하고 기후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식을 공감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이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천적 물음과 해답이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생활 방식을 적극 실천하고, 생태와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삶의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이번 새해를 맞이해 ‘인(仁)’의 가치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인(仁)’은 ‘어질다’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제자들이 공자에게 ‘인(仁)’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마다 제자들에 따라 다양한 답을 내놓았던 것처럼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안연이 공자에게 인이 무엇이냐 묻자 “예가 아니거든 보지 말며, 예가 아니거든 듣지 말며, 예가 아니거든 말하지 말며, 예가 아니거든 움직이지 말라.”고 하였다. 자장이 묻자 공자는 “어느 곳에 서든지 다섯 가지를 실천할 수 있다면 인하다. 즉, 공손하면 욕보지 않고, 관대하면 여러 사람이 따르고, 신의가 있으면 남들이 일을 맡기게 되고, 민활하면 일을 성취시킬 수 있고, 은혜로써 남을 감화시킨다면 남들을 쓸 수 있다.”고 하였다. 포괄적 의미에서 인간이 인간으로서 할 도리를 다하는 것이며, 실천을 강조했음을 알 수 있다.
2024년 청룡의 해는 고유한 상징과 의미를 담고 있는 특별한 해이다. 상상 속에서 벗어나 현실에 다가온 듯한 청룡의 이야기는 새로운 시작과 깨달음을 찾을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신비로운 이야기와 함께 우리의 삶에 새로운 시작과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연과 사람 사이에 깊은 유대 속에서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며 배려하는 것이 ‘인(仁)’을 실천하는 출발점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과 배려를 바탕으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함께 노력하고 실천하는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