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자님의 ‘자화상’
■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자님의 ‘자화상’
  • 송우영
  • 승인 2024.02.28 14:27
  • 호수 1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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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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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나라가 진나라를 공격하니 강대국 초나라는 진나라를 돕고자 군대를 파병한다. 이때 공자님께서 진나라와 채나라 국경지대를 지난다는 소식을 듣고는 초나라에서 공자님을 초빙하려 하니 진나라와 채나라 대부들이 공자님께서 초나라에 등용되면 진나라와 채나라의 대부들이 손해를 보거나 곤경에 처할 수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여 힘을 합쳐 공자님을 국경지대에 포위한 채 못나오게 했다.

그렇게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서 곡식이 떨어졌고, 물 한모금 밥 한 숟갈도 못 먹은 기간이 장장 7일이라 전한다. 이를 재진절량在陳絕糧또는 진채지액陳蔡之厄이라고 부른다. 이 사건이 논어 위령공편15-1문장에 기록되어있는데 진나라에 계시면서 양식이 떨어지니<재진절량在陳絕糧> 따르던 제자들이 병들어<종자병從者病> 일어나지못 하였다.<막능흥莫能興> 자로는 성난 얼굴로 공자님을 뵙고 말한다.<자로온현왈子路慍見曰> “군자도 궁할 때가 있습니까?<군자역유궁호君子亦有窮乎> 공자님 말씀에<자왈子曰> 군자는 진실로 궁하니라.<군자고궁君子固窮> 소인은 궁하면 넘치느니라.<소인궁사람의小人窮斯濫矣>”

이 사건을 대략 200년 후 사람 맹자는 맹자진심장구하14-18문장에서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맹자는 말한다<맹자왈孟子曰> 군자가 진, 채 사이에서 어려움을 당한 것은<군자지액어진채지간君子之戹於陳蔡之閒> 상하가 사귐이 없어서니라.<무상하지교야 無上下之交也>”

쉽게 말해서 임금과 대부들이 서로 소통이<사귐> 없다보니까 강대국 초나라에서 공자님을 모셔다가 국정을 논하다 보면 혹여라도 진나라, 채나라 대부들에게 불이익이 생기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 서로의 오해는 풀렸지만 공자님 일행의 몸 고생 마음 고생은 혹독했다.

이런 일이 있은 후에 공자님 일행이 지나간 곳이 섭 땅이다. 섭 땅의 군주는 섭공 심제량으로 말로만 야망이 있는 자다. 초나라 속국 군주로 언젠가는 중원 땅을 거머쥐겠다는 뜻을 품은 인물인데 사실은 뜻만 있을 뿐이지 실제로는 현실에 안주하는 그런 인물인 것이다. 그런 그가 공자님께서 자신의 영토인 섭 땅을 지나가신다 하니 공자님을 모셔와 자신의 위상도 높이고 자신의 이름도 천하에 알릴 겸 해서 공자님을 모시기에 앞서 그의 수제자 자로를 초청해서 공자님에 대한 사전 검증을 하고자했던 것이다. 그 내용이 논어 술이편述而7-18문장에 기록되어있다.

섭공이 자로에게 공자님에 대해 물으니<섭공문공자어자로葉公問孔子於子路> 자로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자로불대子路不對> 그리고 돌아와 공자님께 섭공과의 일을 말했다. 자로의 말을 다 듣고난 공자님은 매우 서운하신 듯 말씀하신다. 너는 어찌하여 이렇게 말하지 않았는가.<여해불왈女奚不曰> 그의 사람됨은<기위인야其爲人也> 공부했다 하면 밥 먹는 것도 잊고<발분망식發憤忘食> 음악을 공부하면 근심도 잊으며<락이망우樂而忘憂> 장차 몸이 늙어가는 것도 알지 못하거늘<부지노지장지不知老之將至> 너는 왜 이렇게 말하지 않았느냐.<운이云爾>”

얼마나 서운하셨으면 이렇게 말씀하셨을까. 십분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마는 여기에는 정치적 함수가 있다. 자로는 공자님에 대한 자부심이 하늘을 찌르는 인물이다. 그러한 공자님을 감히 나라 같지도 않은 나라, 섭땅의 군주 따위가 함부로 묻다니 이에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섭공이 공자님이 어떤 분이시냐고 물었을 때 대답을 안 한 것일 수도 있다. 또 공자님은 진나라 채나라에서 모든 제자들이 밥을 굶는 정도의 심한 고생을 했으니까 섭땅 군주의 환대 속에서 잠시 쉬면서 몸도 추스리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자로가 일언지하에 그걸 다 뿌리치고 왔으니 스승 공자님으로서는 여간 서운하셨던 모양이다.

여기서 뜻밖의 천고의 명문을 말씀하셨는데 이른바 공자님의 자화상이라 불리는 문장으로 공자님께서는 공부했다 하면 밥 먹는 것도 잊는다는 발분망식發憤忘食이 그것이다. 이런 공자님을 향해 안회는 공자님의 초상화를 그리는데 곧 논어 자한편9-10문장에서 앙지미고仰之彌高라 했다. 우러러보면 볼수록 인품은 더욱 고매하시다는 제자의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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