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자급자족의 농경사회
■ 모시장터 / 자급자족의 농경사회
  • 박병상 칼럼위원
  • 승인 2024.03.14 09:38
  • 호수 11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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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상 칼럼위원
박병상 칼럼위원

시청자 여러분!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지금 막 들어온 긴급 뉴스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차마 고향을 버리지 못하고 농사짓고 살아가던 몇 안 남은 늙은 농민들이, 농사일 힘에 버거워 자기 먹을 농사만 짓기로 결의하고 파업을 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큰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돈이 있기 때문입니다. 돈만 있으면 수입 농산물을 얼마든지 사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설마 했던 일이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한국 농민뿐만 아니라 중국, 미국, 인도, 칠레, 세계 모든 농민들이 파업에 동참하는 바람에 마구 들어오던 수입 농산물마저 완전히 끊겨 버렸습니다.”

시인 서정홍이 쓴 '마지막 뉴스'의 첫 구절이다. 서정홍은 고향을 떠난 농부에게 시골로 돌아가자며 마무리한다. 한데, 돌아갈 농토가 보전돼 있을까? 고향을 찾을 농민은 건강할까? 다음 구절에서 시인이 상상하듯, 수백억의 예배당도, 몇억 아파트도, 조선소와 자동차 공장도, 식당과 병원과 약국과 관공서와 경찰서와 법원마저 밥이 없어 문을 닫은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식량을 해외에 의존하면서 음식은 상품이 되었다. 양판점과 뷔페 식당에 넘치는 상품을 기반으로 우리 인구는 사정없이 늘었다. 이제 수입이 끊어지면 재앙을 만날 수밖에 없는데, 미국은 농토 사막화가 심각하다.

석유로 지하수를 끌어올리지 않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을 지경인데, 유럽은 헝거스톤을 만났다. 유럽은 농산물을 자급하는 국가가 많지만, 화학비료와 거대한 농기계가 아니면 수확할 수 없는 미국 농작물이 없으면 우리는 당장 굶주려야 한다.

폐가가 늘어나는 시골은 70세 넘나드는 노인이 농사를 책임지는데, 도로와 건물, 그리고 식당을 가득 채우는 도시 군중은 언제나 초면이다. 같은 아파트에서 몇 년 머물러도 관심이 없어 그런지 여전히 낯설다.

옆집 위아래 집의 희로애락을 모르는 낯선 이웃은 아파트 시세에 촉각을 세우고 자동차 크기를 비교하며 주눅이 든다. 속도와 경쟁이 미덕인 도시에 늘어난 인구는 고독하다. 타인의 슬픔을 공감하지 못하는데, 미래세대의 내일을 걱정할 수 있을까?

사람이나 동식물이나 여유가 있을 때 남을 배려하지만 모자라면 생존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진다. 동식물은 경쟁을 피하려 생태적 조건을 달리하는 방향으로 종을 나누지만, 인류는 불가능하다.

외부의 지원마저 끊어지면 경쟁은 걷잡을 수 없는 폭력으로 이어지거나 아예 사라질 수 있다. 1960년대 드골 프랑스 대통령은 식량자급부터 진정한 독립이라고 말했다. 미래세대의 생존을 생각한다면 내 나라 내 땅에서 자급할 방안을 최대한 모색해야 한다.

간디는 세상은 모든 이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지만 한 사람의 탐욕도 만족시킬 수 없다고 했다. 기후위기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새로운 내일을 만들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대책을 세워야 한다. 늦지 않게 소규모 공동체에서 자급자족하는 삶을 모색해 보면 어떨까? ‘농경사회. 생태계와 자원은 확장할 수 없다. 미래세대의 생존을 최대한 연장할 농경사회로 돌아가기 위해 생태계와 환경부터 복원해야 한다. 멸종을 부추길 개발, 발전, 선진국 타령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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