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과 문화일보를 봤다
내일신문과 문화일보를 봤다
  • 뉴스서천 기자
  • 승인 2004.12.10 00:00
  • 호수 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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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칼럼 5
   
▲ 정 지 환 <여의도통신 대표기자>
국가보안법 폐지안 상정을 놓고 여야 의원들이 격렬하게 몸싸움을 벌이고 있던 12월 6일 오후 <내일신문>을 봤다.

한국전력이 새해부터 개성공단에 전력공급을 시작하게 됐으나 국보법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기사가 시선을 끌었다. 이 신문은 "개성공단으로 활로를 찾아보겠다는 기업인들"이 국보법 때문에 운명적으로 안고 있던 고뇌와 우려의 목소리를 다음과 같이 생생하게 전달했다.

△"북한 땅에서 북한 사람에게 월급을 주며 기업을 하는 우리는 언제라도 적을 이롭게 한 행위로 둔갑될지 모른다는 압박감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다."(㈜신원 황우승 개성공단 현지법인장)

△"우리들의 기업 활동은 현재는 국보법 적용이 배제된 듯 하지만 언제든지 위반 소지가 있다."(개성공업지구 기업책임자회의 실무책임자) △"국보법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자꾸 들춰지는 게 기업 활동에 도움이 안 된다."(호산에이스 조동수 사장) △"국보법은 대북 기업 활동에 심리적인 영향을 준다."(태성산업 이상언 부장)

기업인들의 육성을 상세히 소개한 이 신문은 "개성공단에 전기를 보내는 행위조차 개폐 논란에 휩싸여 있는 현행 국보법에 따르면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할 행위로 규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국보법 논란을 이념적·정치적 시각이 아니라 현실적·경제적 시각에서 접근한 이 기사를 보던 필자는 문득 몇 달 전 봤던 또 하나의 석간신문이 생각났다.

다음날 서고 한 구석에 쌓여 있는 기사 파일을 한참이나 뒤진 끝에 찾아낸 것은 지난 10월 20일자 <문화일보>였다.
이 신문의 1면 왼쪽 상단을 큼직하게 장식한 톱기사의 제목은 '개성공단위 개소식…정부는 관심 없다? 3개 관련 부처 장·차관 불참'. 이 신문은 기사에서 "정부가 남북 교류협력과 중소기업 문제 해결의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개성공단" 현지 행사에 남한 정부 고위 관료들이 참석하지 않은 것을 매섭게 질타했다.

그렇다면 이 신문이 분노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이 신문은 창간 13주년을 맞아 마련한 각종 특집 기사를 통해 개성공단을 띄워왔다. 약 4개월에 걸쳐 연재한 '서부 접경지를 평화의 특구로'에서도, 지령 4000호 특집 '닻 올린 남북경제 통일시대'에서도 개성공단은 핵심 포인트였다.

12월 1일자 기사에서는 삼덕통산 문창섭 사장을 등장시켜 개성공단이 빠른 물류, 저임금, 언어소통이라는 측면에서 큰 장점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신문은 같은 날, 검찰총장의 입을 빌리긴 했지만, 여당의 국보법 폐지 추진에 반대한다는 사설을 함께 실었다. 이 신문은 이미 일주일 전인 10월 13일자 사설에서도 같은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는데, 사실 그때만 해도 여당은 당론을 결정하지 않고 다양한 대안을 내놓고 대화와 토론에 나서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신문은 "어느 안이 당론으로 채택되더라도 안보공백과 법체계의 혼란을 피해가기 어렵다"면서 토론의 여지를 스스로 봉쇄하는 극단적 입장을 보였다.

이 신문은 사설에서 국보법이 폐지되면 "아무리 노골적인 친북행위"도 처벌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더 멀리 갈 것도 없이, 남한의 고위 관료들이 참석하지 않았다고 해서 노발대발했던 개성공단 사업부터가 언제든지 국보법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곳에서 기업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불안해하고 있는지를 그 신문은 정녕 몰랐던 것일까. 물론 개성공단 개발사업에는 이 신문의 광고나 영업 등과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는 한 대기업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자사의 경제적 이해와 정치적 입장이 걸려 있을 때 전혀 다른 잣대를 들이대고도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이 무감각의 정신분열증을 목도하며 필자는 모순(矛盾)의 고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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