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기 의학칼럼
간질과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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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질과 경기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5.05.13 00:00
  • 호수 2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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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경련을 했을 때 과거부터 “체한 것 같다”, “놀랐다”, “경기했다”는 표현을 썼다. 질병에 대한 이해가 없어 열, 복통, 구토, 경련, 설사 등의 증상을 보이면 대개 “체한 것 같다”고 포괄적인 용어로 불렀다.


인간의 뇌에는 전선과 같은 신경세포가 수백억 개가 모여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기능을 하고 있는데 여러 이유로 전기신호가 과다하게 일어나 조절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데 이것이 경련이다. 경련은 뇌의 외상, 뇌염, 뇌수막염, 열성경련, 간질, 혹은 전해질 이상 등 다양한 질환에 의해 나타나는 하나의 증상이다.


간질이란 경련성 발작이 반복적으로 재발되는 경우를 의미하는데 인류와 함께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간질환자는 생각보다 많아 인구 1000명당 5명 정도가 환자로 추산되고 있으며 이러한 통계는 인종이나 종족간의 차이가 없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도 약 300,000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매년 약 20,000명의 환자가 발생한다고 보고된다.


간질은 70%가 20세 이전 어리거나 젊은 나이부터 시작되고 이 중 절반이상이 3-4세 이전에 발생한다. 즉 많은 수의 간질 환자가 어릴 때부터 증상을 보이게 된다.


옛날부터 간질은 “몹쓸병”으로 아무런 치료 방법이 없는 생각해 왔다. 그러나 지금은 치료될 수 있는 병이다. 정확하게 진단하여 환자에게 알맞은 약을 선택하여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면 약 70-80% 정도는 치료될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약물치료를 받더라도 뇌기능이나 지능에 손상이 없이 정상인과 차이가 없을 만큼 치료성적이 우수하다.


항경련제는 간질의 병소 부위로부터 전파되는 비정상적인 전기 활동을 억제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거두는데, 장기간 비정상적 전기 활동을 억제하면 소멸되어 약을 끊은 후에도 재발하지 않게 된다. 간질의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와 수술치료로 나누어지는데 일반적으로 약물치료가 일차치료이고 약물로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일 경우 케톤 식이요법이나 수술을 택하게 된다.


아직도 간질을 정신 질환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고 의학적인 진단 뿐 아니라 사회적 꼬리표가 붙여지기 일쑤이다.


고대로부터 ‘악령에 의한 질환’으로 이해되어 왔지만 역사상 수많은 영웅과 예술인이 간질 환자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폴레옹, 소크라테스, 도스토예프스키 등 수 많은 위인들이 간질 환자였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들은 간질 환자임에도 훌륭한 삶을 영위했듯이 간질 환자도 자신의 삶을 간질이라는 낙인 하에 지내서는 안 된다. 뿐 만 아니라 환자의 가족이나 주변에서도 섣부른 낙담으로 미리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누구나 감기에 걸릴 수 있듯이 간질도 누구든 걸릴 수 있고 치료될 수 있는 병이다.


<서해내과병원 소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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