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이(7)
수영이(7)
  • 뉴스서천
  • 승인 2002.06.13 00:00
  • 호수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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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가버리셨겠다.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얘기하고 올게.” 하며 수영이가 뛰쳐나갔어요. “할아버지가 팔어? 참나, 별 시시한 영감 다보겄네. 안돼. 수영이네가 쥐를 사든, 햄스를 사든 우리 집은 안돼. 나는 집안에 쥐 돌아다니는 꼴 못 보니께” 할머니 얼굴은 화가 난 것처럼 빨개지시기까지 했어요. ‘그래도 엄마한테 부탁하면 될 거야. 1시야 빨리 돼라. 그런데 수영이는 할아버지를 만났을까?’ 이 생각 저 생각하며 시계만 보고 있는데 “땡” 하며 엘리베이터 문 열리는 소리가 났어요. 서둘러 현관문을 열어보니 힘없는 얼굴로 수영이가 서 있었어요. “벌써 가버리셨어. 애들 말로는 다 팔고 가셨데.” 우리는 힘없이 책상에 앉아 서로 갖고 싶었던 햄스터를 그렸어요. 나는 하얀 색 털이 온몸을 감싸고 있는 햄스터를, 수영이는 다람쥐처럼 등에 줄무늬가 있는 햄스터를 그렸어요. “얘들아, 할미가 라면 끓여줄까? 엄마 오면 라면 먹는거 싫어하니까 할미가 엄마 오기 전에 얼릉 끓여줄게.” 풀 죽어 있는 우리 모습이 안됐던지 할머니는 라면까지 끓여주셨어요. 밥 놔두고 라면 먹는걸 정말 싫어하시는데도요. 우린 라면을 먹고 롤러 블레이드를 타러 아래로 내려갔어요. 토요일이라 놀이터엔 아이들이 제법 많았어요. 주차장 한가운데 있는 조그만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축구도 하고 달리기도 하고 롤러 블레이드도 타고 있었어요. 서로 부딪치고 싸우고 울고 있는 아이들이 보였어요, “원우야, 우리 저 앞 큰길에서 타자.” “뭐? 안돼! 엄마가 거긴 차가 많이 다녀서 위험하다고 했어.” “괜찮아. 길이 뻥 뚫려있어서 차가 오는 것이 잘 보이잖아. 여긴 너무 답답해. 쟤들 봐. 저 좁은데서 축구 하다가 1층 할머니한테 혼나고 있잖아.” “또 유리 깬 거야?” “아니, 유리는 멀쩡한데 또 깰까봐 미리 못하게 하시는 거겠지. 가자. 여기 있다간 제대로 타지도 못해.” 수영이와 난 아파트 입구 슈퍼에까지 나왔어요. 슈퍼 뒤엔 예식장이 있어서 제법 넓은 주차장이 있는데 이미 차들로 꽉 차 있었어요. 그래도 놀이터 보단 나아서 우린 주차된 차 사이로 곡선을 그리며 달려 다녔어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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