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 원두리, 개야리, 부사리 일원은 갯것이 흔전만전했던 갯마을이었다. 백합이 채취해낸 양보다 그 사이에 자라는 양이 더 많았다고 이곳 노인들은 회고한다. ‘갯벌에서 밭의 열 배 소출이 난다’는 말대로 많은 사람들이 갯벌에 의지해 반농반어의 풍요로운 삶을 이어왔다.
그러나 부사간척사업으로 갯벌이 사라지면서 마을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매일 백합 등 수산물이 쌓이던 포구는 사라지고 사람들은 외지로 빠져나갔다. 원두리에 있는 초등학교도 폐교가 돼 잡초 속에 묻혀 스러져가는 모습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황량한 서북풍이 몰아치던 이곳에 최근 외지에서 내려와 정착한 한 사업자가 원두리에 있는 폐교 서면초등학교 칠성분교를 인수해 가구 갤러리를 열면서 활기가 돌고 있다.
지난 16일은 사업장을 개점하면서 마을 주민들을 초대해 점심 식사를 함께 하는 자리였다.
학교 정문에는 ‘에이스 갤러리’라고 쓴 커다란 입간판이 서있다. 넓은 운동장은 깔끔한 주차장으로 변했고 조경공사로 새롭게 단장해 어느 미술관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교실은 가구, 커튼, 실내장식용 소품 등이 진열된 전시장으로 변모했다. 일상생활을 함께 하는 탁자, 책상, 의자, 침대, 수납장 등 가구들은 흔히 시중에서 보는 가구들과는 달랐다. 이곳 주인인 김혜완 사장은 인천에서 오랫동안 이같은 품목으로 사업을 했었다 한다. 지인의 소개로 이곳을 다녀간 후 사업장을 모두 옮기기로 결단을 내렸다.
소품들도 하나하나 작가가 만든 예술작품처럼 느껴졌다. 모두 전문 디자이너들이 디자인 한 것을 공장에서 생산한다고 말했다. 학교 부속 건물은 창고로 활용하고 있다. 교실은 이들의 진열장인 셈이다.
가격이 매우 높겠거니 생각했지만 의외로 저가인 품목들도 많았다. 실내장식을 겸하며 조명까지 결합된 책장 1세트가 15만원이다.
가구들은 꼼꼼한 배치와 진열로 예술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어 눈을 즐겁게 했다. 춘장대 나들목에서 나와 서천군의 대표적 관광지인 동백정이나 춘장대해수욕장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자리잡은 이곳 칠성분교가 제 주인을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혜완 사장은 “서면의 명소로 자리잡아 이곳 주민들과 함께 상생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